진달래, 벚꽃 앞 다퉈 꽃망울 터트려
내 고장엔 어떤 축제 열리나 미리미리 확인
길가 가로수엔 푸른빛의 새싹이 돋고 공기의 내음마저 달콤하다. 담소를 나누며 곳곳에 숨어 있는 쑥을 뜯는 사람들 틈에선 즐거운 웃음소리가 퍼져 나온다. 한결 얄팍해진 파스텔 빛 봄옷을 입은 행인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찬바람을 피하려고 두터운 옷 속으로, 방안 속으로 파고드는 동안 발자욱 소리도 없이 봄은 왔다.
따사로운 이 봄을 백배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발품을 조금만 팔아 봄 축제를 즐겨보자.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맛 따라 멋 따라 떠나는 여행길. 설레는 마음 잠시 접어두고 이번 봄에는 어떤 축제가 어디서 열리는지 거들떠보자.
축제, 영어로는 페스티벌. 페스티벌의 어원은 ‘쾌활한, 즐거운’에서 비롯됐다. 쾌활한 봄기운을 느끼기에 축제만한 것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축제문화가 형성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던 것이 각 지방마다 경쟁하듯 축제를 만들어내 그 지방의 독특한 문화를 느끼고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

꽃도 보고 입맛도 돋우고
뭐니뭐니해도 봄을 대표하는 것은 봄에만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진달래꽃. 이 진달래꽃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진달래축제가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여수 영취산에서 열린다. 벌써 15회를 맞게 될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3월 29일에서 4월 1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여수반도의 주산인 영취산은 예로부터 지역민들에게 신령스런 산으로 인식돼 기우제나 치성을 드렸던 곳이다. 전통기원 도량이었던 금성대가 있고 그 아래 기도도량인 도솔암이 지어져 오늘에 까지 전해지고 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과 호남 여수읍지에는 도솔암과 함께 기우단이 있어 매우 영험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지방 수령들이 기우제를 지내고 기우시를 남기는 등 구한말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왔었다. 영취산은 봄이 되면 진달래로 온 산이 붉게 타오른다. 이 진달래를 주제로 사진 촬영대회, 진달래 어린이 선발대회, 진달래 아가씨 선발대회, 시화전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봄꽃을 말할 때 이 꽃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그야말로 흐드러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벚꽃이다. 벚꽃축제는 진해를 필두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데 그중에 제천에서 열리는 청풍호반 벚꽃축제 또한 일품이다. 청풍호를 끼고 늘어선 벚꽃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축제는 4월 7일부터 8일까지 청풍문화재단지 일원에서 열린다. 날씨가 따뜨해 지난해보다 1주일 앞당겨 열린다. 청풍랜드의 동양 최대 수경분수, 드라마세트장 등도 둘러볼 만 하다.

꽃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면 이번엔 입을 즐겁게 할 차례다.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에서는 이 지역의 특산물인 동백꽃과 주꾸미가 어우러진 동백꽃주꾸미축제가 행인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가 열릴 마량리동백나무숲(천연기념문 제169호) 동백나무는 500년의 세월을 말하듯 나뭇가지가 부챗살처럼 넓은데 서해바다의 세찬 겨울풍파를 견뎌낸 뒤 3월부터 4월까지 유난히 붉은 꽃을 피워 신비감을 더해준다. 또한 숲 정상에 있는 "동백정"이란 누각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노을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동백나무숲 매표소 입구 주차장에는 마량 앞 바다에서 주민들이 잡아 올린 『주꾸미 요리 축제장』이 설치된다. 이곳에서 주민들이 직접 나와 주꾸미를 재료로 볶음,회,무침,샤브샤브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어촌의 미각을 선보인다.
주꾸미를 잡는 방법은 『소라방』과『낭장망』두 가지가 있는데 마량리 앞바다에서 잡는 주꾸미는 소라껍데기를 줄에 메는 『소라방』을 이용, 산채로 잡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아울러 행사기간 중에는 동백꽃 및 저녁노을감상, 활어장터 운영, 문화행사개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관람객들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동백꽃주꾸미축제는 3월 24일부터 4월 6일까지 펼쳐진다.
또 올해로 8회를 맞는 울진대게축제도 가볼만 하다. 대게의 철은 11월부터 5월까지로 몇 개월을 기다리기 싫은 사람들은 끝물인 대게를 맛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울진대게축제는 4월 6일부터 8일까지 울진군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게잡이를 참관할 수 있고 대게를 시식할 기회도 마련된다. 이 밖에도 울진대게 골든벨, 도전1000곡, 한마음달리기, 대게뚜껑쌓기, 10인 줄다리기, 관광객 울진대게 줄당기기, 물속 줄당기기 등의 재미난 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입맛대로 골라 가세요
위에서 소개한 축제 외에도 조금만 찾아보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많은 축제가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으로 ‘봄축제’란 키워드를 쳐 따사로운 봄날 축제를 즐겨보자. 오감을 만족시켜줄 축제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