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 전통 공예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 전통 공예
  • 이문원
  • 승인 2004.06.10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관광상품"展
물론, 우리 고유의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것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 전통 공예 역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 아끼고 발전시켜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전통 공예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에서는 사뭇 경직된 경향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 전통 공예가 두 가지 양극적 분류, 즉 상당한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작가'들의 고급스런 작품들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찍혀 나오는 하급품으로 갈려, 전통 공예에 관심은 있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많은 이들이 점차 발길을 돌리고, 전문가나 여유있는 정통 애호가들만이 이 자리에 남아, 마치 예술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모종의 '계급적 분류'가 생긴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기 때문.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한국공예문화진흥원에서 6월 15일까지 열리는 <문화관광상품>展은 이런 면에서 그 어느 전통 공예 전시보다도 더 뜻깊은 자리가 되고 있다. 그간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많은 전통 공예 작가들이 한 데 모여 일반에 '상품화될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 전시·판매하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개장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그간 지나친 고가품으로, 혹은 조악한 대량생산품으로만 알고 접해왔던 우리 전통 공예의 또다른 멋을 살피고 있는 것.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사단법인 전통공예문화협회의 성임대 이사장은, "이렇듯 양극화된 전통 공예계의 양상은 수용자 측에서 뿐만 아니라 작가들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면서, "애초에 이번 전시의 목적이 우리 전통 공예를 '상품화'시키는 노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작가들을 돕기 위함이었으며, 이 전시를 계기로 우리 전통 공예가 대중들에게 더 쉽고, 정겹게 다가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이끌어졌으면 한다"고 이번 전시의 취지와 목적을 밝혔다. 다양한 작품들, 예술성과 대중성의 절묘한 조화 "문화관광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기획특별전"이라는 성이사장의 거듭 반복되는 언급처럼, 과연 한지공예, 목공예, 도자공예, 첨단공예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전통 공예품들이 선보여진 이 자리에는, 갖가지 종류의 생활용품들, 예술 본위에서 차원을 떠난 정겨운 전통 공예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었다. 한지로 제작된 명함꽂이와 손거울, 휴지 케이스 등의 '예기치 못한' 현대적 공예품들과 함께, 직접 망치로 두드려 고전적인 기법으로 제작한 한옥열쇠함과 삼단농 등은 다분히 토속적인 향취를 풍기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돋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 특히 연꽃사진을 그대로 입힌 타일이나 갖가지 한지로 모양을 낸 각종 스탠드 등은 바로 일반 상품화될 수도 있을 법한 '산업전략적 면모'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면, 역시 박철 작가의 '차시'일 듯 싶다. 나무 생장 도중 가지가 끊겨나간 자리에 생기는, 마치 '암세포'와 유사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상처가 아문 흔적'을 그대로 작품으로 옮겨와 가지각색, 자연의 생장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으로 엮어낸 '차시'는, '자연의 혜택'을 찬미하는 듯 아무런 칠도 하지 않고 천연의 모양새를 최대한도로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는데, 이번 전시가 의도한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획이어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박철 작가는 이 전시에 대해, "상업적으로는 완전히 마음을 비웠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하지만 다들 각자 나름의 개성과 작가세계를 펼치려고 제도권을 벗어난 이들이기에, 개인 작업까지도 포기하고 대중화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개인 작업을 하다가도,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대중들과 더 가까워지고, 우리 전통 공예를 홍보도 할 겸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전시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아직도 멀기만 한 '진정한' 대중화 그러나 작가들과 주최측의 이런 노력과 끊이지 않는 관람객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들의 반응은 이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사실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관람객은, "전시만 하는 줄 알았지, 파는 것인 줄은 몰랐다"라며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곧 '실용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이기에 대부분 가격대는 저렴하다'는 귀뜸에도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이 싸다고 하는 가격이 우리같은 일반 서민들에게도 싼 가격이겠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성이사장도 이 점에 대해, "오신 분들 대부분이 한번 둘러보고만 가실 뿐, 가격을 물어보거나 직접 작가를 만나 대화하려고는 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기획특별전'이라는 전시 의도를 명확히 밝혀도 하루 아침에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깨어지진 않는 모양이다"라고 섭섭한 마음을 밝혔다. 한편, 이 전시에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함'이라는 전시의 의도와는 조금 거리를 둔, 작가들의 개성이 진하게 묻어난 노작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들 작품들은 대부분 전시 성격과 맞지 않은 고가품들이어서 오직 당 작가가 어떤 성향과 목표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비매품'으로써 따로 유리 케이스 안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