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업 씨 ‘전략공천’키로···열린우리당 ‘우리도 따르겠다(?)’
한나라, 실형 선고받은 홍업 씨에 ‘논평’하나 못내···DJ눈치 보나?
국회의원 선거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다. 내달 25일 경기 화성, 대선 서을, 전남 무안·신안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에 각 당이 아무도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무안·신안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 씨만이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인 형국이고 나머지 당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어떻게든 선거 공조를 통한 ‘연합 공천’을, 한나라당은 범여권의 눈치를 보며 주판알 튕기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특히 기업체로부터 금품수수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는 홍업 씨의 출마를 두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논평’하나 제대로 못 내고 있다. 이는 각 당의 시선이 이미 12월 대선에 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힘이 쏠리고 있다.
이번 4·25 재·보선은 호남 유권자의 표심을 휘어잡고 있는 DJ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이상한(?) 국회의원 선거임에는 틀림없다.
민주당이 오는 4·25 무안·신안 보궐선거에 홍업 씨를 ‘전략공천’키로 결정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21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직후보자자격심사(공특위) 특위를 열어 많은 토론을 한 결과 김씨를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모든 시선은 12월 대선에
민주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김 씨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을뿐더러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하나라는 이유다. 유 대변인에 따르면 일부 반대의견도 있지만 소수에 해당되며 중앙위에서 공천안을 상정해 인준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홍업 씨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상열 전남도당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정한 룰에 의한 후보자 선정이 아니다. 오직 특정인을 위한 결정으로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국민과 당원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오는 대선정국에 호남민심을 뒤흔들 DJ의 위상이 그대로 묻어났다. 일각에선 동교동계가 홍업 씨 출마과정에서 통합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면서 정치 재개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우리당은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곳 모두에서 선거공조를 추진하되, 안되더라도 자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영달 원내대표가 ‘무소속 단일후보론’을 제시하는 등 선거연합에 관심을 보여온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이 이 같은 입장을 정하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범여권 통합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뜻도 있지만, 예견된 참패에 대한 책임 회피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크다. 게다가 무안·신안에 혹시라도 후보를 냈다가 김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피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때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경기 화성 후보로 출마시킨다는 방안도 있었지만, 진 전 장관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가관은 한나라당이다. 최근 호남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등 호남 민심잡기에 한창인 한나라당도 김 전 대통령의 파워를 의식한 듯, 무안·신안에 후보를 결정 못하고 있다.
물론 경기 화성의 경우 10명이나 공천을 신청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진 전 장관 등 유력 인사를 검토한다는 소문에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 서을의 경우 이재선 전 의원을 내정했다고 하지만 충청표를 의식한 듯 국민중심당과의 연합공천을 위해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중당은 충청권 표심 때문에 쏟아지는 각 당의 ‘구애’를 즐기는 듯하다. 대전 서을에 출마하는 심대평 공동대표는 일단 “선거연합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DJ 눈치 보기 바쁜 각당들
이번 4·25 재·보선은 호남 유권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DJ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것뿐, 국회의원 선거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퇴장한 동교동계가 홍업 씨 출마를 계기로 부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