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부지역 피살·피습 5건 '공포의 나날'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 살인과 살인 미수사건이 일어나 서울 서남부지역 주민들과 주변 중,고생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소재가 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서울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고, 수사본부와 전담반을 구성한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구로구 고척동에서 시작된 살인사건은 지난달 9일 동작구 대방동과 13일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반복됐다. 고척동· 대방동 사건의 희생자는 여대생, 대림동 사건의 희생자는 중국동포 여성이었다. 1월 30일 구로구 구로3동에서 발생한 살인 미수사건의 피해자는 40대 초반 여성이고, 2월 26일 관악구 신림4동 살인 미수사건의 피해자는 방학을 맞아 학원 수강을 위해 상경한 여고생이었다.
8일 경찰과 서울 서남부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동작ㆍ관악ㆍ구로ㆍ양천구 일대 주민들은 현재 반상회나 각종 소모임을 통해 자치적인 방범활동을 논의할 정도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공포가 위험수위에 직면한 것.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과 건물 임대료가 동반 하락하는 상황마저 연출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원 김모(여·25·구로구 고척동)씨는 “요즘은 조금만 늦어도 집 앞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48)씨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 괜히 집값만 떨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특히 이 지역 여학생들의 불안감이 심하다. 여학생들 사이에는 사건과 관련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모 버스 노선을 따라 살인 사건이 잇따랐다’거나 ‘목요일에는 하얀 옷을 입지 말라’는 등 괴소문이 그것이다. 서울 서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20~30개 중ㆍ고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경찰은 인근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하교길 안전지도에 여념해줄 것을 주문했으며, 일선 학교도 하교시간을 앞당기는 등 학생지도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몇몇 여고는 자율적으로 남아 실시하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8시까지로 제한하거나 아예 중단했다.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은 최근 서너달 동안 공포에 떨고 있지만 남부ㆍ노량진ㆍ구로ㆍ양천ㆍ관악경찰서 등 인근 5개 관할서는 공조수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단서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구로서 30여명, 남부서 71명 등 현재 200~300명의 경찰이 투입돼 사건을 재수사하며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사건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 또 최근 5개 사건 모두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 및 피습사건이기 때문에 동일 범죄자의 연쇄살인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5개 사건 모두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남부서 관내 사건만 하더라도 원한과 치정에 의한 준비된 복수극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해 동일인의 연쇄 살인 가능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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