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목숨 담보로 한 두 번째 투정
국민목숨 담보로 한 두 번째 투정
  • 김봄내
  • 승인 2007.03.2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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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의료인 ‘의료법 개악저지 궐기대회’ 참가

정부의 의료법개정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의료법 개악저지 범의료계 총 궐기대회’가 지난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지난 2월 6일 서울, 인천지역 의사와 간호조무사 수천여명이 집회를 연 이후 두 번째 집회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4만여명의 의료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한자리에 집결해 이번 사태의 파급력을 암시했다. 이번 집회에는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의료계는 정부에 대해 의료법 전면개정 반대입장을 선포하고 개정 강행 시 면허증 반납, 휴.폐업 등 대정부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도 분야별로 조각나

4개 단체는 집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말살하고 국민생명과 건강을 상품화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의료의 질적 저하, 의료행위의 왜곡, 보건의료비증가를 유발해 국민건강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의료법개정은 결국 국민건강을 다 죽이는 것이라는 의미로 상여까지 등장한 ‘국민건강 장례식’을 거행했다. 또 유시민 장관 캐리커처와 의료법 개악 보드를 향해 물풍선을 던지는 퍼포먼스 등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열린 궐기대회로 대부분의 동네병원이 휴진에 들어가 병원을 찾은 많은 시민이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도 광주에서는 문을 연 병원을 찾지 못해 한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했다. 태국인 근로자 짬낫 Y 슈샷(33)씨가 21일 오후 1시경 점심을 먹다 닭고기가 목에 걸려 복통과 호흡곤란으로 인근 동네병원을 찾았지만 문을 연 곳은 없었고 분당제생병원으로 가는 길에 숨졌다.

이 밖에도 집에서 먼 종합병원을 찾기 힘든 노인, 임산부, 어린이등의 불편함도 컸다. 독감에 걸린 아이를 들쳐 엎고 동네 병원을 찾은 박모(33)씨는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박씨는 “아이의 몸이 불덩이인데 차로 30분도 넘게 걸리는 종합병원에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며 “의사들도 사정이 있겠지만 이런 행동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불만감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4만 9천여 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57%정도인 2만 8천여 곳이 휴진한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큰 병원은 모두 정상운영 돼 의료 공백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앞으로 이 같은 휴진사태가 재발할 경우 업무복귀 명령 등 강경조치를 취하기로 해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찬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반복적으로 휴진을 하고 환자에게 불편을 줄 경우 의료법 규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태가 지속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 외에 의료계 안에서의 분열조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의료업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똘똘 뭉치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4개의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단체가 속해있다. 이들 단체는 각 분야별로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명분이 달라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

의료행위의 정의와 간호진단에 혈안이 돼있는 의협,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해 주는것에 반대하는 치과의사, 유사의료행위에 민감한 한의사, 진료보조업무에 제약을 가한데 반발하고 있는 간호조무사 등 각자 원하는 바가 달라 단체별 투쟁수위등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언제 공조가 깨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의협의 장동익 회장은 “복지부가 유사의료행위 삭제를 미끼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를 이간질시키고 있다”며 “정부안이 국회에 통과되면 범의료계는 다시한번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고 공조의지를 다졌다.

자신들의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마지막 카드로 의사단체들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대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3개 단체는 “불법의료가 범람하고 있는데도 복지부가 단속과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들의 피해가 크다”며 유장관을 직무유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상황이 여기까지 치달았지만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별다른 대화나 논의 없이 될데로 되라 식의 충돌만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답답함만 가중되고 있다.

타협은 빠진 채 자기 몫만 챙기려 해

의료계는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벌써 두 번째 단체집회를 열었지만 그동안 한차례의 회의도 가지지 않았고 공청회나 토론회도 겉돌기만 한 채 뾰족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올바른 의료정의구현을 위해서 등등 갖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집단행동을 강행했지만 국민들은 결국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투쟁이 아니냐는 시각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투쟁을 위한 투쟁, 파업을 위한 파업이 아닌 긍정적 결론이 도출되는 방향의 싸움이 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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