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 이라의 "4 TEEN(포틴)"
일본의 성장소설은 우리 독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에서 벌어지는 '소년잔혹사'이기에 쉽사리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물론 들 수 있겠지만, '동양에서 가장 서구화된 정신세계를 지닌 나라' 일본의 모양새를 점차 닮아가는 우리이기에, 도대체 이들은 결정적으로 어떤 과정을 더 겪거나 덜 겪었기에 우리와 이토록 '정서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청춘 소설과 탐정 소설류를 넘나들다, 바로 이 작품 <4 TEEN(포틴)>을 통해 제 129회 나오키상 수상한 이시다 이라는, 과연 일본 '청년 문화'의 저변에 깔려있는 '쿨'함, 즉 건조하고 유머러스한 감정묘사, 비일상적 캐릭터, 자신을 둘러싼 주변부와의 거리감 유지를 일제히 동원하고 있어, '사회적 자아'로서의 청춘, 사회와 투쟁하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적극성'이 요구되는 한국의 청춘 군상과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실에 대한 밀착성과 의외성을 혼합하여 창조된 이시다의 '신 공간' 개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가정폭력과 동성애, 원조교제, 포르노문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회현실에 조로증, 거식증과 같은 비일상적 질환 - 마치, '사회현실'이 인체 내로 스며들어와 가시화된 듯 보이는 - 의 소재를 밀어넣어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청소년 저급문화에 중독된 듯한 아이들로 하여금 무리없이 자아확인의 철학적 사유를 가능케하는 작가의 '테크닉'은 '일본 성장문학 스타일'이라는 흥미로운 범주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확보해내고 있다.
작품 전체의 가볍고 경쾌하며 짧게 끊어치는 간결성 역시 일본 신세대 문학의 전형을 보는 듯한데, 무겁고 침울한 '패잔병 정서'의 우리 신세대 문학과 큰 차이를 보여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 법한 서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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