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신드롬'인가, 그저 그런 뮤지션에 불과한가
'소포모어 신드롬'인가, 그저 그런 뮤지션에 불과한가
  • 이문원
  • 승인 2004.06.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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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릴 라빈의 "Under My Skin"
팝아이돌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대한 '대안'처럼 각종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던 에이브릴 라빈의 새 앨범 은, 그녀를 스피어스로 대변되는 '10대용 저급문화'의 '안티-테제'로 위치시키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음반이다. 지난 2002년, 라빈을 혜성처럼 데뷔시킨 앨범 는, 그 자체로는 그저 그런,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대중적 락 앨범이었다. 그러나 얼터너티브 락의 불씨가 꺼진 뒤 뚜렷한 락 음악 '스타'가 없는 상황에서, 1400만 장이나 팔아치운 그녀의 음반은 락 음악계에 하나의 '전환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왔고, 상업적 토대와 인지도를 명확히 굳힌 라빈이 곧 마돈나의 '테크노-뮤지션' 대변신처럼 보다 대담하고 도전적인 음악을 선보이리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은 잘해야 정체, 라빈이라는 아티스트 개인으로 보자면 후퇴라 평가될 수 있는 실망스런 결과물로 등장했다. '살짝' 어둡고 무거운 색채를 가미해 얼터너티브 록의 향취를 풍기려 한 흔적만 보일 뿐, 도전정신이 결여된 뮤지션들이 흔히 '새 앨범'에 중점적으로 부여하는 세련미의 강조와 편곡의 복합성, 사운드의 비장미가 그대로 엿보여지고 있는 것. 이런 안일한 결과물의 탄생 연유라면, 역시 '성공적인 데뷔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이 겪는 딜레마, 즉 '전작의 바이블성'에 사로잡혀 버린 탓일 것이다. 라빈은 가 보여준 어정쩡한 방향성, 락인지 팝인지 구분이 안 가는 장르 설정과 '중요 부분'에서 한 번 '내질러 주는 것'만으로 기존 팝 아이돌들과 구분될 수 있다 믿는 기이한 판단을 여전히 신봉하고 있는 듯 보이며, 이것을 더욱 '다듬어' 더 멋지게 '포장'하는 것이 새 앨범의 의의라 생각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을 통해, 라빈은 그닥 들어본 일이 없는 '락 아이돌'이 될 태세를 갖추었다. 그녀는 귀여운 외모에, 풍부한 성량을 지니고, 초등학생들부터 가정주부들까지 모두 즐겨 들을 수 있는 '대중적 락'을 추구하는 뮤지션이다. 라빈은, 적어도 현재에는, 그런 뮤지션에 불과하고, 그런 뮤지션으로서 취급받아야 할 것이며, 그런 뮤지션에 걸맞는 종류의 '기대'만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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