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본 LAZY BONE 심야콘서트 - "정동별곡"
인디음악 계열 내에서의 '주류'는 '펑크'라는 말이 있다. 가볍고 재치있는 모던 록보다 거칠게 내지르는 펑크가 우리 정서에 더 맞아떨어진다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홍대주변을 맴돌던, 200팀이 넘는 펑크 밴드들 중에서 '메인스트림'급으로 떠오른 이들이 아직까지 2, 3개 팀 정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디 주류'와 '메인스트림 비주류'의 격차가 얼마나 큰 지를 미뤄 짐작해 볼만도 한 일이다. 그리고, 그 '생존자'들을 다시 생각해볼 때, '레이지본'은 항상 '인디 주류' 중에서도 또다른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익살스런 퍼포먼스와 이른바 '조선펑크'라는 애칭이 어울릴 정도로 '가요풍'의 튠을 여과없이 반영하여 인기를 모은 '크라잉넛', 에너제틱한 펑크 사운드의 고수를 양보하고 '한국형' 리듬감의 균형을 주로 신경쓴 듯 보이는 '노브레인'에 비해, '레이지본'은 굳이 '조선풍'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자메이카에서 건너온 레게풍의 록과 리듬감을 우선시하는 스카펑크를 결합시킨 '레이지본'의 음악은, 가요풍 감수성을 분명 고려한 듯 보이면서도 '서구출생'의 정서를 잊지 않는 듯했고, 레게풍을 고집하면서도 김건모가 시작한 '한국형 레게' 노선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의 '개성'이 강조된 데뷔앨범
에 이어, 다소 거칠었던 스타일을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한 두 번째 앨범 , 그리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기존 가요를 편곡했을 때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가를 실험한 2.5집 에 이르러, '레이지본'은 마침내 '막 생성되고 있는' 밴드가 아닌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한' 밴드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게 되었다.
그런 그들이 3집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를 벌인다. 그것도 고요한 낭만이 흐르는 정동극장에서. 얼핏 잘 맞지 않는 매치인 듯도 싶지만, 이번 <정동별곡> 공연은 '실연당했거나 옛사랑이 생각나는 분'들을 위해 마련되었다는, 참 감상적이기 짝이 없는 기획측의 변이 '레이지본'의 음악세계와 만나 과연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두고 볼 일이다. 자, 이제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과연 '레이지본'의 3집이 어떤 모양새로 우리 앞에 다가올지, 그리고 클래시컬한 정동과 익살스런 '레이지본'의 성격이 만나 어떤 조화를 이뤄낼지 말이다.
(장소: 정동극장, 일시: 200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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