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천재 살바도르 달리"展
생전에 이미 '스타'가 되어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화가'는 그닥 흔치 않다. 이는 단순히 '예술적 재능'이라는 한 마디로 압축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과 더불어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시대적 요구가 삼위일체 되어야만 탄생될 수 있는 '위상'이기에 더욱 그러한데, 이런 '특이 케이스'의 대표적 인물을 20세기 미술사에서 찾아본다면, 아마도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다시 분류가 갈라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구적인 예술가'로서 미켈란젤로나 고호에 버금가는 추앙을 받고 있는 피카소에 비해, 달리는 비록 '예술적 가치'의 측면에선 떨어지고 있지만 피카소보다 훨씬 열렬한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으며, 많은 부류의 후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런 '영원한 스타' 살바도르 달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드디어 국내에도 그의 작품세계를 면면히 탐구할 수 있는 전시가 상륙했다. 달리가 '원숙기'인 1960년대 말에서 1980년 초반 사이 제작한 대형 조각 33점과 회화 266점, 사진 24점 등 340여점의 작품들이 선보여지는 이번 전시는, 피카소와 달리의 주요 조각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스위스의 '스트라튼 파운데이션'의 소장품으로 구성되어 지난 10여년 간 세계 76개국에서 순회전시된 바 있는데, '꿈과 환상', '관능성과 여성성', '종교와 신화' 등, 달리를 규정지을 수 있는 몇 가지 갈래로 작품군을 나누어 그의 정신세계를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달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 세계 유명 사진가들이 찍은 달리사진 24점이 소개되는 '달리 주변이야기', 영상작가 이한수가 불교적 시각으로 달리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인터랙티브 환상 여행' 등, 다양한 시도와 자료, 반영을 통해 관람객들이 살바도르 달리라는 인물에 대해 '귀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를 '결정적으로' 스타덤에 등극시킨 유화 작품들이 없어 아쉬운 감은 있지만, 이처럼 꽉 짜여진, 성의있는 달리 전은 적어도 국내에선 처음이기에 반가운 마음이 더 앞선다. 올 여름, 꼭 찾아볼 만한 전시이다.
(장소: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일시: 2004.06.12∼09.05)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