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집에 한 집은 ‘싱글’
다섯 집에 한 집은 ‘싱글’
  • 이보배
  • 승인 2007.03.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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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싱글’, 아직은 뒷심 부족

용산구에 사는 정해선(25·여) 씨는 지난 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취업과 함께 지방에서 상경했다. 정씨는 각종 가전제품을 마련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TV와 냉장고 등의 기본 가전제품이 제공되는 코쿤 하우스에 입주했다. 바빠도 건강을 위해 지난 달부터 1인용 아침식사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휘트니트 센터에서의 요가와 헬스도 잊지 않는다. 최신 디지털 제품이 나오면 눈길이 가기 마련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한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싱글 전성시대’다. 싱글족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탄탄한 경제력과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자신들만의 삶을 만끽하며 홀로 사는 남녀를 말한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틀에 자기를 맞추기보다 자유와 이상과 일을 더 중요시 하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려는 욕구가 강한 특징이 있다. 오늘날의 싱글들은 가용소득이 많고,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하며, 자신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하고 구매의사 결정이 빠르다. 또한 외모와 유행에도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족 얼마나 되나?

싱글족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1인 가구 수’로,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317만 1천여 가구로 추산된다. 2000년 22만 4천 가구보다 42.5%나 늘어나 전체 가구의 20%를 차지한 수치이며, 가정집 5곳 가운데 1곳이 ‘나홀로 가구’인 셈이다.
물론 기러기 아빠와 ‘돌아온 싱글(이혼자)’, 홀로 된 노인들을 포함한 수치이긴 하지만 30대 미혼자가 1995년 76만여 명에서 2005년 177만여 명으로 10년 사이에 2.3배 가까이 늘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1인 가구’ 증가요인의 하나로 결혼을 하지 않은 2030세대 싱글족 내세워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인생에 있어 싱글이라는 단계는 임시 혹은 과도기적인 특성이 있으며, 싱글이 된 원인도 개인마다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싱글이 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은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 참여와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데서 찾을 수 있다. 대학 교육을 받은 20~30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일 혹은 자아실현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이 인생의 최고 목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남성의 경우에도 일찍부터 가장의 책임감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신의 젊음과 자유를 되도록 오래 즐기기 위해 싱글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와 경제력 상승으로 자발적인 싱글들이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 모씨(27)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로써는 내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 경제적인 자립을 끝낸 상태에서 가정을 이루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때가 되어서도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지 않는다면 굳이 결혼을 하려고 애쓰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화려한 싱글”

지난 해, 모 일간지에서 ‘싱글 생활 만족도’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현재 싱글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결혼할 마음은 있지만 마땅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40%로 가장 많았으며, 23%는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싱글을 좀 더 즐기고 싶어서’라는 대답도 18%를 차지하고 있었고, 기타 의견으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11%)’가 있었다.
실제 싱글족들은 자유로움을 싱글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며 휴일에도 전혀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에는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전시회를 찾기도 하고 가끔은 교외로 여행을 한다는 것.
현재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면 싱글족을 위한 모임이나 카페가 많이 개설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싱글들은 혼자 사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싱글족 사교 사이트 회원인 박 모씨(남, 31)는 “요즘 트렌드에 필요한 바람직한 사이트 같다. 모르는 사람들은 싱글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싱글은 자신의 일에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최고의 퀄리티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라고 설명했다.

문제점은 없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싱글족은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인정받으며 사회곳곳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려하고 쿨 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문제점은 전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는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값을 밀어올린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혼자 살겠다는 사람은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반해 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니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논리이다.
독신자 입양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양친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만 입양이 허가됐으나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독신자 입양을 허용하는 국내입양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인 가구가 늘수록 입양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싶어 하는 독신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입양기관들은 편모, 편부 가정은 입양어린이에게 좋은 환경이 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간편식품을 고르고 있는 싱글족
또한 1인 가구의 증가로 국민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체적으로는 패스트푸드나 간편 조리음식의 섭취가 늘면서 질병이 유발될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가족관계가 가져다주는 친밀감의 부족으로 우울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문에 소개된 정해선(25․여)씨는 “가정을 이룬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놀이시설이나 문화시설이 많아 오히려 싱글들에겐 차별로 느껴진다. 혼자 사는 싱글족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싱글족을 위한 사회적 제도나 1인 가구를 위한 주택마련 대책 등이 마련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1인 가구의 증가는 결혼을 미루거나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생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개인 선택에 의한 결과를 정부차원에서 돕고, 말고 할 것이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몇몇의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를 다양한 가족형태의 등장으로 보고 가족 정책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복지체계를 가구 중심, 부부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돌리면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될 것 이라는 것.

이유야 어쨌든 간에 오늘날 싱글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싱글족들은 경제적, 시간적인 측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좀 더 확실 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통계기관이 조사에 의하면 싱글족이 기혼자보다 스트레스가 3.5배나 높고 병에 걸릴 가능성도 4배나 높다고 한다. 거의 모든 정신 질병에 걸릴 확률 역시 싱글족이 높고 병에 걸렸을 때 회복될 확률도 낮다는 것.
이 시대의 많은 싱글족들은 개인적인 사정과 선택에 의해 싱글족 대열에 합류한 이상, 다른 그 누구도 자신의 건강과 편의를 챙겨주지 않는 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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