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두 형제(12세, 10세)는 편부 밑에서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다. 편부는 형제의 소녀시절부터 행패가 심했고 부모형제를 못살게 굴어 가족과도 의절했다. 이 형제는 술 취한 아버지에게 맞아 두개골이 파열되고 포크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현장에서 아버지는 검거되었고, 형제는 인근병원에서 40여 일간 치료받고 회복되었으나 가족이 모두 인수 거부하여 구청에서 아동상담소에 보호 외뢰했다.
알콜중독과 포악성으로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무섭게 형제를 때리고 형제는 매 맞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맞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난폭화 되어 가고 있는 점이다. 형제간에 수시로 죽일 듯이 싸우면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사례모음 발췌)
최근 모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에 의하면 어린이 2명 중 1명이 가정에서 체벌을 포함한 크고 작은 신체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동 절반 학대 경험
이 연구팀은 언론을 통해 서울?경기?강원 지역 초등학교 4~6학년생 298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신체적 학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2.7%가 1회 이상의 학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라며 “엄밀한 의미에서 체벌도 학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등의 신체 학대 기준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적용한 척도를 개발, 이번 조사에 적용했다. 총 34개 항목으로 구성된 신체적 학대 척도에는 손으로 때리는 행위, 잘못했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내쫓거나 방 등에 가두는 행위, 세게 잡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이 제시한 34개 척도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의 학대를 한 번 이상 경험한 아동은 52.7%로 절반이 넘었다. 유형별로는 손(35.6%)이나 몽둥이(30.9%)로 맞았다는 아동이 가장 많았고 맞아서 멍든 적이 있다는 아동도 20.1%나 됐다. 집밖으로 내 쫓기거나(12.8%) 발로 차인 경우(12.5%), 얼굴을 맞은 경우(10.4%)도 10명 중 1명 꼴로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의 정도가 심한 경우로는 칼 등 위험한 물건으로 위협당한 아동(2.7%), 맞아서 피가 난 아동(3.7%), 맞아서 병원에 간 아동(1.3%), 계단에서 밀어 굴러 떨어진 아동(0.3%) 등이 있었다. 조사 대상 아동의 평균 연령은 11.8세였고 가구당 평균 자녀수는 2.3명 이었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학계에서 최근 들어 신체 학대 기준을 마련하면서 체벌도 학대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라며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은 학대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감정이 개입되면 학대”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위험수위 지나쳐

2001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고, 전문기관의 상담이 시작된 이후 아동학대 상담건수는 해마다 15~20%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동학대가 신체적, 성적 학대를 뛰어넘어 아동의 생명을 빼앗아갈 정도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달 5살 난 딸을 목졸라 살해 한 뒤 바다에 던진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여수 경찰서에 긴급 체포된 회사원 이 모씨(24)의 경우는 단적인 사례.
대기업 협력업체 사원인 이씨는 여수시 교동 모 사우나 주차장에서 자신의 딸을 목 졸라 질식사 시킨 뒤 잠자는 아이를 안고 가는 것처럼 위장, 500여m 떨어진 여객선 터미널 앞 바다에 내다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4년 전 별거한 이씨는 ‘전처의 딸이 있다’는 이유로 새로 사귄 애인과 헤어지게 되고 자신을 대신해 딸을 돌보던 부모와도 양육문제로 갈등을 빚게 되자 계획 하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13개월 된 외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체포되었으며 지난 해 2월에는 동거녀와 말다툼 끝에 생후 4개월 된 딸을 벽에 내던져 살해한 비정한 아버지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우발적, 계획적으로 저질러지는 ‘내 자식, 내 마음대로’식 범죄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어른들의 분풀이성 폭력 앞에 아동들의 인권이나 생명의 가치는 ‘하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방임,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문제 부모’들을 상대로 한 사회적인 교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또 “필요할 경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 동안의 한시적 친권제한 조치도 법적으로 적극 검토해 볼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야
아동학대는 아동의 부모 및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해 18세 미만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폭력과 가혹행위, 아동의 보호자에 의한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 이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 뿐 아니라 애정과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학대의 한 유형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인천 경찰청에서는 2003년 8월 아들을 출산한 뒤 생후 4개월 때부터 2006년 3월까지 젖병 3개와 주스 1통만 놔두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13시간씩 방치한 미혼모 김 모씨(39)를 입건했다. 피해아동은 2005년 이웃의 신고로 보호 조치를 받으면서 1달에 한 두 차례만 김씨와 함께 생활했지만 아이를 데려온 김씨가 규정대로 보호시설에 아이를 다시 맡기지 않고 또 다시 집안에 방치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만 3살이 안 된 어린 아들에게 밥 한 공기와 젖병 2개만을 준 뒤 문을 잠그고 인근 다방으로 출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주된 이유가 한국인들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혼 부모들의 경우 원하지 않은 아이가 생겼다는 생각에 학대를 행사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 한 가정의 문제 일 수 없다.
학대를 당하고 자란 피해아동의 경우,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동에 비해 신체적, 행동적, 정서적으로 이상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아이의 경우 도벽이나 지나친 주의산만, 습관적 거짓말, 가출, 정신지체, 사회부적응 등의 증상을 보인다. 때문에 “내 자식, 내 방식대로 키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도, 통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산장려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낳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아동은 좋은 환경에서 적절한 시기에 교육을 받으며 하나의 소중한 객체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은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부모다운 언행과 보호자로서의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자녀들에게 하여금 존중받을 수 있고 행복한 가정, 나아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