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보수진영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중지란을 보면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벌써부터 참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은 흔히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던 정치격언이 무색하게 진보진영에선 오히려 선거 승리가 쉽지 않을 때 단일후보를 내놓는 식의 정략적 통합도 불사하는 반면 보수진영에선 서로 자신만의 목소리만 내세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특히 일부에선 자신의 정치적 성공만 우선하는지 정부여당보다 도리어 보수진영 인사들을 저격하는데 더 힘을 쏟는 모양새인데, 이런 자세로는 아무리 현 정권이 실정을 거듭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보수진영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장차 총선 승리에서 더 나아가 정권 교체까지 진정 이루고자 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같은 과거에만 얽매여 보수진영 내에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거나 하는 소소한 입장차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조차 19일 우리공화당을 창당한다면서도 정작 자신이 천명했던 외연 확장보다는 여전히 황교안 대표에 각을 세우면서 한국당에서의 이탈 규모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넘어 향후 대권 쟁취를 생각하더라도 앞으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 불가피하고 여당이 보수정당도 아니란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제1야당인 한국당의 분열을 종용하기보다 거대정당을 중심으로 보수진영이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여권에 대항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 생각한다.
물론 현재 한국당이 보이는 행보에 불만이 있는 보수 유권자도 없지 않겠지만 그 같은 적전분열이 결국 진보진영만 이롭게 한다는 건 이미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나.
당시 최대 승부처였던 창원성산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여당인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채 정의당 여영국 후보로 통합해 나선 반면 보수진영은 바른미래당은 차치하고 대한애국당까지 출마해 일찌감치 보수표심이 분산되면서 결국 한국당 후보가 0.54%의 근소한 차로 진보진영에 패하고 말았는데, 애국당 득표율이 0.89%였던 데 비추어 당시 보수통합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걸 모두 체감하지 않았는가.
설령 홍 의원이 보수진영의 정의당이란 위치를 점하고 싶다 해도 항상 여당과 한 목소리를 내 ‘민주당 2중대’란 대내외 평가까지 받는 정의당처럼 최소한 여당보다 한국당을 흔드는 행태부터 일단 지양해야 되는 것 아닌지 되묻고 싶다.
또 한국당 역시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표명했듯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우선하고 있다면 이 사안이 다시는 당 내홍을 촉발시키지 않게끔 분명하게 내부 의견을 정리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창원성산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였던 사례처럼 소수정당과도 후보 단일화할 수 있다는 의향을 미리 밝히든지 그 부분부터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선 늘 입으론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실상 이와 무관한 사안으로 매번 정쟁을 벌이는 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부디 보수 정치인 모두가 사소한 입장차로 인한 진영 내부투쟁보다는 그보다 시급한 범여권과의 승부란 대의를 우선해 행동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