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북한 목선 사건, 청와대가 국정조사부터 수용해야
의문투성이 북한 목선 사건, 청와대가 국정조사부터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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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일찍이 9·19 남북 군사 합의 이후 일부 예상되기도 했지만 NLL 작전수행절차가 기존의 3단계에서 5단계(경고방송 2차례→경고사격 2차례→군사조치)로 완화되면 북한 선박에 대한 탐지·차단이 느슨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었는데 최근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북한 목선 귀순 사태를 계기로 이 같은 지적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에 따르면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 선박의 NLL 침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런 면에서 마치 한편의 희극처럼 지역주민 신고가 들어오고 나서야 군경이 출동하는 이번 ‘해상판 노크 귀순’은 예고된 참사였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자체 조사 결과 사후에 레이더 두 곳에서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탐지 내용을 확인했지만 희미한 점이 깜박이는 정도여서 어선 높이보다 높았던 파고와 분간하기 어려워 식별하지 못했었다는 해명을 내놨었지만 이마저 25일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군 레이더에 50분간이나 선명하게 포착됐던 것으로 밝혀져 경계책임자가 레이더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지 3시간 만에 국방부는 “17일 최초 브리핑에서 이미 설명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었지만 불과 이틀 만인 27일 국방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그 상황에서 정확히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입장을 번복해 빈축을 샀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말 뒤집기’를 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미 지난 17일 합참에서 했던 첫 공식 브리핑에서 군은 북한 목선이 마치 표류하다 왔다는 듯 “기동 안 하고 몇 시간 동안 해류 속도로 떠내려 오니까 근무자들이 해면인지 목선인지 구분이 안 됐다”고 주장했으며 어선 발견 위치에 대해서도 ‘삼척항 인근’이란 표현만 쓰면서 “6km 정도 범위에 와서 기동했으면 잡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실상은 북한 목선은 12일에 NLL을 넘어 3일이나 우리 영해에 머물다 자체 동력을 이용해 삼척항에 입항했고 아예 정박까지 하고 나서 우리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대화까지 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주민 신고가 있은 뒤에야 알아차린 군의 ‘경계 실패’나 ‘늑장 대응’보다도 사건이 있었던 당일(15일), 목선이 발견된 지 3시간여 만에 이미 자력 입항과 삼척항 정박, 기관 고장 여부 등이 해경 상황보고서를 통해 군은 물론 청와대까지 세세히 전파됐음에도 국방부에선 20일 정례브리핑에서조차 “(첫 브리핑 당시) 해경 발표를 알지 못했다”고 거짓 해명을 하는 등 줄곧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군은 17일 합참의 첫 브리핑에서 “당시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감시정찰 장비 능력의 한계를 탓하며 경계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는데, 이 또한 이틀 만인 19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나와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경계 실패란 쪽으로 다시 입장을 바꿔 대군신뢰도를 좌우할 민감한 사안임에도 연이어 ‘입장 번복’이란 무리수까지 두고 있는 데 대한 의심만 한층 깊어졌다.

비단 군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이 밝혀질수록 청와대 측의 수상한 행적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남북관계를 의식한 청와대가 국방부와 사전 조율했던 게 아닌지 의혹까지 일고 있는데, 17일 군 당국의 첫 브리핑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사복 차림으로 몰래 참석한 데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행정관이 그 장소에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만으로 청와대와 조율한 것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항변했지만 정작 당시 군 발표에 틀린 부분이 있는데도 똑같이 해경으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던 청와대에선 왜 바로 지적하지 않았었는지 여태 해명이 없다.

또 통일부와 국정원 등 다른 기관들 역시 이들처럼 의심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데, 그간 해상 표류 선박이 아니라 육상에서 발견하거나 예인했을 경우엔 설령 송환 의사를 밝혔더라도 일주일 가량 대공 용의점을 조사한 뒤 돌려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 사건에선 이례적으로 북한 선원 4명 중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2명을 조사 하루 만에 송환하겠다고 통일부가 북측에 신속히 통보한데다 17일 군 발표 당시만 해도 기관 고장이었다던 해당 선박을 ‘선장의 동의를 받아 폐기했다’고 18일 브리핑에서 발표한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뒤늦게 통일부는 20일 “선박을 폐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폐기한 것으로 간주해 그렇게 알고 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은 데 이어 23일 김연철 장관은 국회에서 “낡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선박은 선장 동의하에 폐기하게 통상 매뉴얼에 따라 한 것이고 매뉴얼 보완할 게 있다면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고 매뉴얼 핑계를 댔는데, 진정 폐기 논란이 일어날 것 없이 선박 공개에 하등 문제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되지만 선박이 보관되어 있다는 해군1함대의 문은 야당이 정식절차를 밟겠다는 데도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도리어 현 정권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보다 어떻게 이번 사건이 밝혀져 보도됐는지를 밝히는 데 더 혈안이 된 듯 북한 소형이 삼척항에 입항한 15일 오전 관련 사실을 전하는 기사가 나간 경위를 파악하겠다며 국정원이 보안조사를 준비한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는데, 경계 실패에 대한 문책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 일의 순서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을 뿐 아니라 대체 무엇이 두려웠기에 이런 대응까지 나오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일각에선 근래 대북 쌀 지원 발표를 비롯해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등을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하다가 ‘사건 축소’에 나섰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우리 군의 오인사격이나 고장 난 엔진 수리로 수일간 해상에서 표류했었다는 주장치고는 귀순하러 온 이들의 행색이 지나치게 깨끗하고 귀순자 등 진술대로 직선거리만 500km인 함북 경성에서 출발했다면 연료 무게만 배 무게의 절반에 이르기에 민간인이 맞는지부터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시 동해는 대체로 해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 해류를 거슬러 이동하려면 내내 동력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파도가 쳐 목선 식별이 어려웠다던 당초 군 주장대로라면 더더욱 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텐데 삼척항 입항 때 발견된 유류는 녹색 기름통 2개가 전부였고 이들이 합동정보조사에선 오징어 물물교환으로 유류를 확보해 썼다고 진술했지만 오징어잡이를 한 것치고는 어창이 텅 빈 채 먹물도 없이 깨끗했으며 일부 인원은 해상에서 지낸 게 맞는지 빳빳하게 다린 깨끗한 인민복을 입고 입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원에선 오징어잡이 어선이 25~26척 규모로 선단을 이루기에 어선마다 냉동선, 운반선 등 각자 역할 분담이 있는데 이 배는 조업선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으나 삼척항 입항 당시 해당 목선을 직접 본 어민에 따르면 단 1개 뿐인 그물도 새것처럼 깨끗했고 일반 낚시할 때나 쓰는 실로 되어 있을 만큼 조업용이 아니라 위장용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 데 비추어 사실상 모선에 있다가 소형 목선으로 갈아탔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엔 천안함 폭침 관련해 공개한 소위 ‘1번 어뢰’를 놓고도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토록 투명하게 진상규명하라고 주장하던 야당이 왜 정권을 잡은 뒤엔 목선 확인을 위해 해군기지에 들여보내달라는 현 야당의 요구는 아직도 거부하고 있는지 그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도 아니고, 처음엔 사과 요구도 일축하다가 북한 목선의 ‘자력 입항’이 밝혀지고서야 대국민사과에 나섰던 국방장관을 어떻게 믿을 수 있어 목선 공개도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개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청와대가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진정 해소하려 한다면 국방장관 사과가 있던 지난 20일 “문제 있는 부분은 엄중 조치하겠다”면서 얼른 꼬리자르기식 대응이나 하고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 삼척항으로 왔다’고 해경이 발표토록 조치했다는 식으로 책임 회피하는 ‘유체이탈식’ 화법이나 선보일 게 아니라 같은 정부기관임에도 왜 해경으로부터 보고 받은 군이 해경에서 15일 나온 발표 내용도 모른 채 17일에 엉뚱한 설명을 내놓고 청와대는 그날 왜 이를 방조했는지 해명해야 하며 현 합조단보다 객관적일 국회 국정조사를 스스로 받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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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2019-07-09 19:13:56
천안함 사건때는 국정조사 하잔말 한 마디도 안했던 사람은 이번 목선에 국정조사 주장할 자격없다. 천안함은 수뱍명이 몰살당한 북의 공격이고. 목선 북한사람 3명 표류해 서 매려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