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손자와 자살기도한 할머니 기소유예 처분
정신지체 손자와 자살기도한 할머니 기소유예 처분
  • 이보배
  • 승인 2007.04.05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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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가정형편속에 정신지체장애인 손자를 돌보는 딸을 위해 손자와 함께 자살을 기도한 할머니에게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형사처벌 대신 할머니의 정신치료와 손자의 장애인보호센터 무료 입소 등을 주선해 고통받는 가족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선처했다.

▲ 위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인천 중구의 조 모(71.여) 할머니는 지난 1월 15일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놈 내가 데리고 가려 한다. 좋은 세상 태어나 좋은 빛을 못보고 가니 손자와 나를 물에 띄워주면 좋겠다'라고 유서를 썼다.

그리고 손자 김 모(16)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인 뒤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마침 집에 돌아온 딸 정 모(47)씨가 이를 발견, 급히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되살려 냈다.

정씨는 16년전 김군을 출산했으나 남편은 곧 집을 나가버렸다. 그 후 남편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정씨는 어머니 조씨를 부양하면서 김군을 힘겹게 키워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군은 정신지체장애인 1급으로 장애인 학교 조차 입학 할 수 없는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다.

김군을 보살피던 조씨는 지난해 10월 고혈압으로 두차례 응급실로 실려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으면 딸 혼자서 손자를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건강이 악화된 할머니가 김군을 돌보기가 어렵게되자 정씨마져 직장을 그만두게 되자 생계가 막막해졌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고 형제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받으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지만 살림은 더욱 어려워져만 갔다.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딸을 위한 일이라고 마음먹고 손자와 함께 자살을 기도했던 것이다.

인천지검 형사2부 김민형 검사는 조씨의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경찰에 조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도록 지휘한 뒤 기소유예 했다.

검찰은 또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장애인보호센터의 협조를 얻어 김군이 무료 기초 생활교육과 치료 및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조씨도 인천의 한 병원에서 무료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김 검사는 "조씨가 양육 부담 등 안타까운 사연 때문으로 외손자와 자살을 기도한 것이므로 형사처벌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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