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3% 퇴출 독 VS 약
공무원 3% 퇴출 독 VS 약
  • 장미란
  • 승인 2007.04.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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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술을 마시고 여직원에게 불쾌감을 준 공무원, 민원전화를 받기 싫어서 벨소리를 끄고 개인적 공부를 한 공무원, 단속업무를 하면서 3년간 실적이 0건인 공무원 등 서울시의 현장시정추진단이 3% 퇴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상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제도가 약으로 작용할지 독으로 작용될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서울시 임시 퇴출자 사례를 살펴본 한 시민은 “이 제도로 그동안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민원인들에게 불친절했던 이들 등 국민들에게 지탄받아도 마땅한 이들을 가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임시 퇴출자의 사례를 살펴보다 기분이 안 좋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이들이 퇴출되면 공무원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들을 바꿀 수 있고 친절한 민원을 제공하는 수많은 다른 공무원들의 공직생활도 편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무원 조직의 병폐에 칼을 들이 댄 ‘약’이라는 평가와 하위직과 약자만 퇴출로 내몰았다는 반발이 ‘공무원 3% 퇴출제’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는 퇴출 제도 도입을 무사안일과 불성실을 타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빨리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뀌어, 퇴출 시스템이 조기에 종료되기를 바란다”며 “(무능한 직원은) 한번은 빠져나가도 결국은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직원들이 ‘다음번 3%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하지만 불안감이 부서 전체에 흐르고 있어 위축된 분위기가 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퇴출 바람이 불며 공무원 조직의 분위기는 ‘열심히 일하자’라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퇴출제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성과나 경쟁력을 잣대로, 시민을 위해 일하는 행정서비스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대안이 없어 이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간부 역시 “하위직들의 공과에는 간부의 책임이 크다”며 “책임이 약한 이들을 내보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최종적으로는 구제됐지만 장애인 6명, 입원환자 3명 등 25명이 추진단에 포함될 뻔 하는 등 후보 선정에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으며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는 “퇴출 시스템이 내부 고발을 더욱 어렵게 했다”며 “이것은 줄세우기”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한 인사권자에게는 100%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으나 권영규 행정국장은 “인사권자가 적어낸 퇴출 후보가 이후 구제되더라도 인사권자의 책임을 따로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잘못된 퇴출명단을 작성한 인사권자에 대한 문책에도 물음표가 생겼다.

‘퇴출제’를 시행하면서 얻게 될 ‘약’은 달콤하지만 제대로 된 퇴출 잣대의 마련과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 퇴출제 시행 이후 잇따른 후속조치가 있어야 이 제도가 가지고 있는 ‘독’을 없앨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약’은 그저 울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물린 ‘사탕’이 되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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