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한나라, 사무처가 발목을?
거침없는 한나라, 사무처가 발목을?
  • 이준기
  • 승인 2007.04.06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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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잡음’ 추적

4·25 재보선 둘러싼 밀실공천 논란···음모론까지 거론
사상최초 사무처 노조 파업돌입···한나라당 위기 맞나?


“사무처 파업관계로 이메일과 문자서비스 중단됩니다. 참고바랍니다.” 지난 6일 한나라당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내용이다.

4·25 재보선 공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경기도 화성 후보에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을 확정한 것을 두고 사무처 노조가 ‘밀실 공천’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돌입한 것.

당내에 왜 이런 불협화음이 이러난 것일까. 왜 사무처 직원들은 고 후보의 공천 때문에 차기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파업’을 감행한 것일까.

공천심사위원장인 황우영 사무총장은 고 회장의 공천과 관련해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우리의 농업주권을 지켜낸 토종기업인”이라며 “FTA 시대에 맞는 인물”이라고 공천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당 지도부가 여론조사 4위 후보를 공천한 것은 화성시민의 뜻을 왜곡한 것”이라며 “고 회장의 647억 재산이 탐나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음모론까지 거론하고 나선 상황이다.

논란의 대상인 고 회장은 1차 공천 신청자 10명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회장은 남경필 경기도당위원장의 추천으로 추가공모때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후보 밀어주기 아니냐?”
현재 사무처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여론의 왜곡’이고 둘째는 ‘지도부의 밀어주기 의혹’이다.

사무처 노조는 지역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보환 후보를 탈락시키고 추가 공모를 통해 공천을 신청한 고 회장을 내세운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지영 사무처 노조 부위원장은 “상대 당이 거물급 후보를 내세운 것도 아니고 당이 외부 인사를 수혈해야 할 만큼 불요불급한 상황도 아닌데, 오랫동안 당을 위해 헌신하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처 직원은 “20여 년간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을 내치는 당 지도부는 앞으로 사무처를 동지라 부르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도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한나라당 희망나무 심기’ 행사에 불참했다. 또 지난 5일 낮부터는 대표실을 점거하고 공천과정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에는 찬반투표를 실시해 파업에 공식 돌입한 상태다.

두 번째로 노조가 제기하는 의혹은 ‘지도부의 특정후보 밀어주기’다. 김희태 노조위원장은 “공천을 신청한 10명중 적임자가 없으면 먼저 화성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실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인이 고 회장을 밀어준 의혹이 있다”며 “파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이날 “당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당내에 개혁세력을 표방했던 사람들은 결국 당 흠집 내기에 그쳤고 자기 스스로의 자정에 실패했다”고 특정인물로 거론되는 남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나 고 회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남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특정인이 고 회장을 밀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애당 초 내가 민 후보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도부의 뜻에 따라 거기에 걸맞은 후보를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고 회장이 선정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정치현실 ‘공천 잡음’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여야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공천 잡음. 특히 후보의 자질검증은 물론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밀실공천은 우리나라 정치가 뛰어넘어야할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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