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팀당 126경기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프로야구 개막에 목말라 있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4월이 시작된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드러났듯 올해도 ‘투고타저’ 현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투수 마운드를 8cm 낮추고, 공인구도 조금 더 커지고,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는 좁아지고 위아래는 길어지는 등 공격력의 극대화를 꾀했던 한국위원회(KBO)의 노력은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각 팀의 감독들은 모두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겠노라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엇비슷한 수준인 상황에서 한 번 밀리면 끝이다. 경기는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올 시즌이 재미있는 야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각 팀들의 고른 실력에 기인한다. 어느 한 팀도 도드라지게 앞서있거나 김 빠질만큼 쳐져 있지 않은 모습이다. 관계자들 모두 올 시즌은 유달리 순위를 점치기 힘든 시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각 팀들이 탄탄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8개 구단 모두 호각지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 본다면 삼성과 SK, 그리고 한화의 3강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삼성은 올 해 에이스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출전이 불가능하고 양준혁도 손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선발진의 윌슨과 핵심 타선인 심정수의 복귀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키는 야구’의 선동렬 감독이 지키고 있는 삼성은 여전히 우승 후보로 꼽힌다. 올 시즌 삼성이 3연패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현재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다.
SK는 우선 로마노, 레이번, 김광현의 선발진이 든든하다. 특히 김광현은 ‘제2의 류현진’으로 불리며 벌써부터 ‘괴물루키’로 불리고 있다. 이들의 활약만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우승까지도 노려볼만 하다. 또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이호준으로 인해 타선도 보강됐다.
한화는 작년 트리플 크라운(다승, 방어율, 삼진 1위)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괴물신인’ 류현진의 존재가 크다. 하지만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염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영필의 복귀와 두터운 중간계투진으로 인해 흔들림 없는 마운드를 꾸리고 있다. 더불어 크루즈와 이영우도 작년에 비해 팀의 타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나머지 팀들도 크게 뒤쳐지는 수준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하위 약체팀들은 선발 투수진을 운영하는 것조차 버거웠었지만 이번에는 어느 팀도 무시할 수 없는 투수진으로 무장돼 있다. 또한 대체 선수의 기용도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다.
그나마 약체로 꼽히는 현대와 LG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LG는 김재박 감독을 영입하며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제1선발 박명환과 돌아온 빅리거 봉중근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현대는 팀 매각 분위기 수습이 관건이지만 김수경과 정민태가 오랜만에 선발에서 제몫을 해준다면 좋은 경기를 기대해볼만 하다.
이 밖에도 기아의 이대진과 마이너리그에서 돌아온 롯데 최향남 등의 노장 투혼이 불꽃을 얼마나 피우는가 하는 것도 주목을 끈다.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한화의 이영우, 두산의 이경필, LG의 김상현, SK의 정상호, 강혁 등의 활약여부와 해외에서 돌아온 LG의 봉중근, 롯데의 최향남 그리고 송승준, 두산의 이승학, 삼성의 채태인 등의 해외파 실력도 팀의 전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시즌 어깨와 무릎수술로 롯데 이대호의 홈런왕 타이틀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두산 김동주가 부활하는 이번 시즌에서 몇 개의 홈런을 쏘아올릴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밀리면 끝, 치열한 전쟁
이제 2007 시즌은 시작됐다. 8개 팀의 수준이 비슷한 만큼 경기는 더욱 치열해지고 순위권 다툼은 숨 가쁘게 벌어질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어느 한 팀이라도 선수들의 부상이나 경기 외적인 요소로 힘이 분산되기 시작한다면 치열한 전쟁터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특히나 모두가 엇비슷한 수준 속에서 한 번 밀려난 이후에 뒤집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경기에 집중하게 될 올 시즌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 커다란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