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개미를 유혹하다
빛 좋은 개살구 개미를 유혹하다
  • 장미란
  • 승인 2007.04.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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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투자기업 고평가 위험, 유명세 이용 주가 올리기도
금융관계당국 “불공정거래 여부 신속 조사할 것”

연초 97억5천만원을 세금으로 낸 배용준 씨의 주식평가액은 296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인 이수만 씨와 ‘좋은사람들’ 대표인 주병진 씨도 100억이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아 공시자료를 근거해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장 및 비상장사 보유주식 가치를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회사에 투자하거나 자신이 직접 세운 회사를 상장시키면서 1억원 이상의 주식을 가진 이들은 32명이며 그중 100억원 이상인 사람이 3명, 10억원 이상이 5명, 5억원 이상의 주식부자가 10명이었다.
또한 지난해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시작하는 기업들 역시 4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본문>어느 사이엔가 주식시장에서 연예인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연초 한 연예인이 거액의 세금을 내면서 연예인 주식부자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탔고 연예인들이 주식시장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거나 기업들이 연예인의 유명세만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연예인 유명세에 낚일라

배용준 씨는 지난해 일본정보기술 투자그룹인 ‘소프트뱅크’와 함께 ‘오토윈테크’를 인수했다. 인수와 함께 주력사업을 연예기획으로 바꾸고 회사명을 ‘키이스트’로 변경했다. 당시 주당 300원대에서 시작된 주가는 한때 9만원에 육박했으나 5일 현재는 6800원대로 떨어진 상태이다. 이처럼 배용준 씨로 대표되는 연예인 주주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이 관여하는 회사의 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은 지난달 5일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를 통해 ‘DY엔터테인먼트’의 지분 55.19%(17만주)를 주당 11만원, 총 202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액면가액이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DY 공동대표로 있는 신동엽 씨는 22배의 차익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팬텀의 매출실적은 그 화려한 인수를 무색케 한다. 지난해 매출 407억1천400만원에 영업적자 92억2천600만원, 순손실 417억6천100만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8.8% 증가한 반면 영업적자와 순손실은 35.0%, 468.1%로 급증했다. 주가 역시 DY를 인수한 당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다음날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DY를 인수한 ‘도너츠미디어’의 경우 DY를 인수하기 전에도 만성적자에 시달렸으며 팬텀 소속 유명연예인을 동원한 유상증자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DY를 인수한 것으로 증권가에 알려졌다. 여기에 DY도 지난해 9억원의 순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텀이 이러한 손실을 앞으로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인수 후에도 도너츠미디어는 한 차례의 감자와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팬텀과 팬텀 소속 연예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로 237억7400만원 상당의 납입이 완료됐다고 밝혀 “유명인을 내세워 주가를 띄우려는 수작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도너츠미디어는 ‘자본잠식률 50% 이상’과 ‘2년 연속 자기자본 50% 이상 경상손실’로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관리종목 지정기업에 포함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게 된다.
이외에도 개그맨 서세원 씨는 지난 2005년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CGI’의 지분 5.25%를 인수하면서 ‘서세원미디어그룹’을 우회상장했다. 우회상장 직후 ‘서세원미디어그룹’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뛰면서 초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인수 이전부터 적자가 누적되고 서 씨가 공금횡령 혐의를 받으면서 상장폐지론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상호명을 ‘닛시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바꿨지만 적자 누적을 겪으면서 서 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10억 원 규모의 닛시의 주식 140만 주(5.21%)를 모두 처분, 10억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다.
연예인이 투자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좋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유명인들은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유명인 신드롬은 회사의 경쟁력과는 상관없이 주가의 반짝 상승을 부르기도 해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최근 신흥테마주 관련 투자유의 및 시장감시 강화’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상장법인들이 사업실적 저조로 주가가 속락하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유상증자 및 신규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면서 유명인의 지분참여 및 자원개발관련 사업추진 등을 투자자들의 관심 집중에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관련 테마관련 기업들의 공시전후 저점대비 평균 주가 상승률은 약 31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주가가 실적이나 가치보다는 테마에 의해 급등한 상장기업들이 대부분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면 곧바로 주가급락으로 이어진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의 경우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언론에 과다 노출시켜 주가를 올리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대부분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을 재무상태 개선이나 안정성 확보보다는 기업인수 등 무리한 재투자에 쓰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꾸준히 이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반짝 상승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유명 스타나 연예인들의 주식투자 내역, 변동상황, 투자목적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연예인 관련기업에 투자할 때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실적과 기업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관계당국 칼날 꺼내

금융관계당국은 “루머에 의해 주가가 이상급등하는 종목에 대해서 상승초기 조회공시를 하겠다”고 밝히고 “기획 감시를 통해 불공정거래 여부를 신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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