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대고객 영업 마감시간을 현재 오후 4시 30분에서 오후 3시 30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노조는 노조원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쓴소리를 계속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각 은행노조 대표자 회의를 통해 '대고객 영업시간 단축'을 비롯한 올해 공동 임금단체협상(공단협) 안건을 결정했다. 금융노조는 26일 중앙위원회를 걸쳐 27일 사용자측 대표인 은행연합회에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창구 영업이 마감돼도 마무리 작업으로 퇴근시간은 오후 8시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과로사가 잇따르는 등 노동강도가 커지고 있어 영업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창구업무 비중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 사안이지만 제도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편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타자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 홈페이지에는 “해도 너무한다”는 내용의 글 등 은행 마감시간 단축방안 추진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금융노조의 이번 결정이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업무시간까지 단축해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chnork1130'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금융노조인가?"라고 반문한 뒤 "8시 이후에 은행들을 살펴보면 전부 다 퇴근하고 없는데 11시 30분에 퇴근한다는 이들이 금융사업을 망가트리고 있다"며 "국민편의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놀고먹겠다는 심보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채환철’은 “다른 직장인들은 훨씬 적은 월급으로 오후 9시, 10시까지 일하는 것이 기본이고 주7일 근무하는 중소기업도 많다”며 “오후 8시까지 주5일 근무하는 것이 뭐가 힘들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월급쟁이’는 “경쟁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은행이 노조로 뭉쳐서 다 같이 문 닫으면 된다고 밀어붙이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개념계세요’는 “단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본인들의 편익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금융노조 홈페이지 외에도 주요 포털 사이트마다 은행창구 시간 단축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은행 측이 안건을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고객 응대 시간이 줄면 일부 은행업무에 타격을 받을 수 있고 고객들의 반응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여신(대출), 외환, 상담 등 상당수 창구업무는 마감 이후에도 진행되고 있어 영업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은 수신(예금) 등 일부 부문에 제한될 수 있지만 창구영업력이 떨어질 수 있고 고객 반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창구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대고객 불편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대안을 사용자측에 요구하고 대고객 대국민 설득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2년 은행영업업무의 주5일제 시행도 초기의 우려보다는 정착단계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은행창구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동화기기 이용율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추고, 자동화기기 이용에 따른 수수료 인하도 검토해야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작년말 기준 시중은행 업무처리 비중은 인터넷뱅킹이 41.5%, 자동화기기(CD/ATM) 24.6%, 창구 22.7%, 텔레뱅킹 11.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