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신뢰 훼손되면 문 정권서 맺는 협정에도 부메랑
한일협정 신뢰 훼손되면 문 정권서 맺는 협정에도 부메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개개인에 대해 당시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리자 여기에 반발한 일본정부가 최근 경제 보복 조치로 본격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한일 두 나라 사이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무상공여 3억 달러, 유상 정부차관 2억 달러, 민간차관 1억 달러 등 6억 달러로 이미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도 지난 20058월 노무현 정부에서 민관공동위원회가 7개월 넘게 이 문재를 검토하였으나 한일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자금 3억 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고 본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래서 당시 민관공동위원회에선 “1965년 협정 체결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가 어떤 경우에도 개인 권리를 소멸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부가 일본에 다시 (개인청구권 관련해) 법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신뢰를 깨는 부분이라 곤란하고, 경제 건설에 쓰느라 피해자 배상에 소홀했었던 점을 인정해 2007년 특별법으로 사망자 유족 2000만원, 부상자 1000만원씩 징용피해자 72631명에게 2015년까지 6184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 기준으로 과거를 바라보며 그저 개개인 피해 보상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하기보다는 6.25 전쟁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다시 살려내 가난에서 탈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당시 상황을 잊고 있다.

한일 협정을 맺었던 1965년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불과 14억 달러였는데 무상보다 유상이 많아선 안 되고 6억 달러 아래로는 받아오지 말라고 한 박정희 대통령의 훈령대로 끝까지 무상 3억 달러 등 총 6억 달러를 받아온 김종필 전 총리의 국익 우선 협상력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적절한 때 그 같은 종자돈을 받아내 경제발전에 힘쓸 수 있었기에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한일협정 체결에 대한 당시 여론의 찬반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일단 국민의 손으로 뽑아 당선된 국가 통수권자인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국내 사안도 아닌 외국과 맺은 협정까지 무시하거나 부정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이미 맺었거나 향후 체결할 각종 국제 협약이나 협정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 효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렇듯 전임 정부에서 이미 결정한 부분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후일 국가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지난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은 개인의 참여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어떤 법리로 소멸시킬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일찍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던 바 있는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대신 권력을 행사해 추진한 사안을 국가가 무슨 법리로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켰냐며 의문을 제기하려 든다면 어떤 정책이든 찬반이 있을진대 대체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고 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겠는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일본에게 이미 돈을 받은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액을 지급하면 될 일이지 과거 대통령이 협정까지 맺어 마무리 지은 외교적 사안을 이제 와서 뒤집듯이 대법원 판결을 내세워 또 받아내야 된다는 식으로 주장을 한다면 앞으로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를 믿고 상대하려고 하겠는가? 또한 앞으로 국가 간의 모든 협정 등 주요정책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사가 아닌 국민투표에 따라 추진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1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가진 일본처럼 국내시장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경제구조가 아니라 수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외의존도가 큰 경제라는 점에서 무작정 우리 해석대로 밀어붙이기 힘든 현실적 차원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안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더라도 그 회사 종업원 수가 적으면 외부 손님까지 받지 않고는 도저히 이득을 내기 어렵듯 어느 정도 자기 나라 안에서만 소비를 하더라도 그걸로 돌아갈 수 있는 경제규모가 아니라면 수출해서 벌어오지 않고는 어렵다.

당장 인구 5천만에 그치는 우리나라가 국가 간 외교, 경제 등의 사안에 있어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일본에 무조건 이런 주장만 펼치기엔 정부부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서는 게 아닌가 싶어 갑갑하기만 하다.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 때는 우리 기업이 대놓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던 현 정부가 갑자기 왜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에만 180도 달라진 행태를 보이게 된 것인지도 잘 이해가 안 가는데다 일제강점기 때의 피해는 타협할 수 없는 과거사란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작 일제강점기보다 더 근래의 일인 6.25전쟁이나 북한 군사도발 피해와 관련해선 북한에 왜 일언반구 배상 제기도 않는 것인지 그 이중적 행태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에만 큰 목소리를 내는 정부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국정은 스포츠나 게임이 아닌 만큼 일본이 먼저 무역보복이란 강공으로 나왔다고 해서 같이 격분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낼 게 아니라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사실상 이번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 만큼 부디 상대와 맞아떨어지는 의견을 조금씩이나마 찾아나가려는 방향으로 지금부터라도 적극 노력해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