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과 성폭행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초등생의 2.5%가 성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성폭력 가해자 중 24%가 14세 미만이라는 결과는 충격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성범죄 사건의 대부분을 성인들이 만들었다면 이제는 청소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성폭행 사건에 이어 중학생들의 성폭행 사건도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충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성폭력 아동 전문상담소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직접 상담했거나 피해자가 지목한 성폭력 가해자 645명 가운데 만 7세 이하가 58명(8%),8∼14세 미만이 101명(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2세 미만의 성폭력 범죄는 법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데다 가해자 부모는 물론 피해자 측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상은 이보다 더 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김소향 해바라기아동센터 전문상담원은 “아이들의 성적 공격 수위가 ‘장난’ 수준을 넘어서 어른들의 범죄 양상을 닮아가고 있다”면서 “청소년 성범죄 재범률이 다른 범죄에 비해 높고, 적절한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재범률을 뚝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경험 자체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 연구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보건위원회는 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 연구소에 전국 초중고 학생 1062명의 건강 태도와 의식조사 결과의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전체의 3.1%가 “이성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성관계를 해봤다고 답한 학생은 초등학생의 경우 2.5%였고 음란 동영상이나 사진을 최초로 본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이 6.4%,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이 35.4%에 이르렀다. 또 최근 3년 동안 누구에게도 말 못할 성희롱, 성추행 또는 성폭력을 겪거나 그런 위험에 처한 상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 연구회’는 “설문조사 결과 성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학생들이 집을 이성과의 성관계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 장난’이라고 하기엔 12세 미만 어린이의 성범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사회적인 무관심이 계속돼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청소년보다 어린이 성폭력 가해자들이 훨씬 심각하다. 상담 과정에서 아이라고 보기에도 섬뜩한 애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여서 치료하지 않으면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맞벌이와 이혼, 별거 등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가 아이들을 보호하기엔 너무 허술해졌다”면서 “일탈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스크린해 부모에게 통보하고 치료하는 등 학교보건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