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던 사람만이 어려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렵던 사람만이 어려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문원
  • 승인 2004.06.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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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업가로서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사)한국상록회 김순진 총재
TV나 신문지상을 통해 종종 보도되곤 하는, 처절하리만큼 어렵던 시절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사회의 지도자급 인사로 성장한 '인간승리'의 주인공들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 일반인들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하나는, '저 사람은 과연 어떻게 해서 저렇듯 극악한 상황을 헤치고 성공에 이르게 됐을까' 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 사람이 이제 저렇게 돈을 벌었으니, 얼마나 호사스럽게 살며 지난 세월을 보상받을까'하는 것일테다. 물론, 세인들이 이런 안일한 상상처럼, 실제로 사치스런 생활을 일삼으며 재산을 탕진하는 부호들도 다수 존재하겠지만,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임 요식업 프랜차이즈로 알려진 (주)놀부의 김순진 대표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어렵던 과거를 통해 오히려 어려운 이들을 더욱 돕고 살펴야겠다는 의지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사회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사)한국상록회의 총재직을 맡아 봉사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미담의 주인공' 김순진씨는 과연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자. 어렵던 과거...그리고 그 극복 많은 대성한 인물들의 과거가 그렇듯, 김순진 총재는 힘겨운 어린 시절을 겪었다. 아니, 인생의 '전환점'에 이르기까지, 김총재는 끊임없이 자신의 운명과 싸워가며 고독한 투쟁을 벌어야했다. 가난한 집의 셋째 딸로 태어나, 남들 다 가는 소풍 한번 가보지 못한 채 고구마를 캐고, 밭일을 거들며 어린 시절을 보낸 김총재는, 초등학교 졸업장 하나만을 간신히 챙긴 채 시장에서 아채장사를 하며 학교 가는 평범한 학생들을 부러워해야만 했다. 김총재는 이 시절에 대해, "생계유지를 책임지는 일만으로도 버거운 시간들이었지만, 늘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하고 있는데, 이 열망은 훗날 그야말로 '인간승리'로 불리워질 법한 결실을 맞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김총재의 '운명극복' 과정부터 짚어보자. 시골의 야채장수로는 비젼이 없다고 판단한 김총재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상경, 서울에 올라와 갖은 점원일, 보조일을 도맡아하며 세상 물류의 이치를 파악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십수년이 흘러 어느 정도 자영업의 기초를 닦은 뒤, 포장마차와 돼지갈비집과 같은 요식업에 직접 뛰어들어 보았으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고, 1987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결의를 가지고 5평짜리 터전에서 '보쌈' 장사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현재 '놀부보쌈'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요식업 프랜차이즈이기에 아마 믿기지 않을는지도 모르겠지만, 김총재의 보쌈집은 사업초기에 여지없는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추적해 나가던 김총재는 곧, 요식업의 '기본'이자, 어쩌면 모든 종류의 사업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토대인 '정성'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 후로 김총재의 보쌈집은 손님접대의 태도에서부터 요리하는 태도, 손님의 만족도를 살피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개혁을 시도하여 마침내 '문 앞에 손님이 줄을 서는 가게'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주)놀부의 '요식업 프랜차이즈 신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행복을 나누는 '나눔이'로 김총재의 '남다른 점'은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사업가'의 예를 들자면 이루 셀 수도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어려움을 '지워버려야 할 과거'로 치부시키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겸허해지고, 나아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타인이 겪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이가 과연 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사업가'들 중 몇이나 될 것인가? 김총재는 사업의 성공가도를 달리면서부터 즉각적인 타인을 돕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김총재는, "원래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처음 200원을 상경하여,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겪어 오늘에 이르고 보니,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담백하게 이유를 밝혔는데, 그녀는 곧 "그들에게는 작은 도움이 아주 큰 힘이 된다"고,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는 뼈있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총재의 봉사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그녀가 대표로 있는 (주)놀부의 기업차원에서 진행되는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2001년부터 그녀의 총재직을 맡고 있는 (사)한국상록회에서 진행하는 활동이다. 먼저, (주)놀부의 봉사활동부터 짚어보자면, 모델점포를 오픈할 때마다 첫 손님으로 불우이웃을 초청하는 일로부터 '봉사'가 시작된다. 또, 점포별로 매주 한번씩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를 하기도 하는데, 현재는 (사)수양부모협회에서 매주 반찬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4일에는 직원들이 인천의 한 재활원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998년부터 올 초까지 6여년 간은 <솟대문학>을 지원하기도 했고, 시설과 단체에 꾸준히 음식을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사)한국상록회에서의 봉사활동은 이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전국적이다. 어언 35년 전통의 '한국상록회' 자체가 '농촌계몽운동'을 기점으로 활동해온 전국적 규모의 순수 봉사단체인 관계로 김총재의 일은 점점 바빠져만 가고 있는데, 현재 환경과 보건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로 소년소녀 가장 돕기, 독거노인 돕기, 샛강살리기와 같은 자연보호운동과 수재민 돕기, 인간상록수 추대 등의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총재는 이러한 봉사활동으로 지난 5월,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녀는 이런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행복' 그 자체이다. 작은 도움으로 행복해하는 이들을 통해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되며, 진심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며, "오히려 나 자신이 더욱 감사한 일이다"라고 겸허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못다 이룬 학업의 꿈, 마침내 이마저도 이루다 앞서 언급했듯, 김총재는 늘 못다한 학업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김총재의 또다른 남다른 점이라면, 이를 '한'으로 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극복해내려 했다는 점일 것이다.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른 지난 1991년, 마흔의 나이에 중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기초부터 시작한 김총재는, 숱한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 꿋꿋이 학업의 길을 걸어 마침내 1996년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보건대학 전통조리학과에 97학번으로 입학하기에 이르렀는데,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절대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아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경원대학교 대학원 관광경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와중이다. 그녀는 지난 3월 25일에는 순천향대학교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게 되었는데, 학업에 대한 이러한 열정을 또다시 '나눔이'의 입장에서 바라봐, 장학사업에서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매년 '놀부외식논문현상공모'를 통해 대학생에게 75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직원 자녀에게 연 1500만원,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외식 관련 국내외 대학에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김총재는, "이제는 앞만 바라보고 달리기보다는 때로 뒤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와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면서, "사회를 통해 얻은 이익이니 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은 경영의 기본적인 원칙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사업관과 봉사관, 나아가 '인생관'을 밝히기도 했다. '의지의 한국인', '운명의 개척자', 그리고 '미담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순진 총재. 그러나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의 담담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녀 자신은 자신을 미담 안에 가두기도, 물불 안 가리는 사업가의 이미지에 맞추려 들지도 않는 듯하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처럼, 초연하기만 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 세상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녀가 걸은 길을 따라 걷게 될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취재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사진 김세권 기자 ksk@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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