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노래방 잘못갔다 쪽박 찬다
이제는 노래방에 갈 때 상호가 ‘노래방’인지 ‘노래밤’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직장인 박모씨(36)은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가졌다. 흥에 겨운 일행은 자연스럽게 노래방으로 2차 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술집에서 나와 먼저 눈에 띄는 간판을 따라 한 노래방으로 들어선 일행은 노래방 안으로 들어가자 일반적인 노래방과는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게 느꼈다.
박모씨는 잠시 후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술이 확 깼다. 일행이 들어간 곳은 노래방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양주 등 주류 판매는 물론 아가씨까지 나오는 이른바 '유흥주점'이었던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그냥 나갈 것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거나하게 취한 일행들이 '서비스를 잘해드리겠다'는 종업원의 유혹에 넘어가 그냥 눌러앉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간단히 노래방에서 2차를 하려다 거금을 날리고 말았다.
최근 직장인들 가운데 박씨 일행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말이 많이 들려온다. 분명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원인은 간판을 정확하게 읽지 않은 탓이다. 박씨 일행이 본 간판은 '노래방'이 아니라 '노래밤'이었던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많이 위치한 중구나 종로 일대 유흥주점들 가운데 '노래밤' '노래장'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손님을 유혹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 'ㅇ'받침 자리에 하트모양을 넣거나 마이크의 둥근 부분을 넣어 노래방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유사한 사례다.
이처럼 '노래밤' '노래장' 같은 출처불명의 업태가 출현한 것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유흥주점의 손님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얇아진 지갑 탓에 가격대가 비싼 유흥주점 대신 노래방을 선호하는 취객들의 착각을 유도, 조금이라도 더 손님을 끌어보자는 속셈이다.
물론 업소들로서는 아예 '노래방' 간판을 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현행법상 노래방에서는 주류 판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는 결국 불법영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결국 '노래밤'은 경기불황과 법적 한계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유흥주점 업주들이 낳은 짝퉁 노래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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