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장소마다 천차만별인 기름값
같은 서울 시내 주유소라도 지역에 따라 최고 리터당 400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정유업체들이 유가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기름값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어디가 가장 싼 주유소인지, 가급적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장소마다 다른 휘발유 가격
이런 상황에서 6월 17일 에너지시민연대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서울시내 주유소 가격은 가히 충격적. 이들 단체가 서울시내 주유소 720곳을 대상으로 휘발유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6월 15일 기준, 리터당 가격)같은 서울 시내 주유소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최고 리터당 400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는 것이 실제 큰 효과가 있다는 의미. 리터당 400원의 차이는 중형 승용차(약 65리터로 가정)에 기름을 가득 채울 경우 2만6천원의 가격차가 나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시내 주유소 중 가장 싼 가격을 보인 주유소는 은평구 응암동 응암서부주유소(LG)로 리터당 1289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장 비싼 주유소는 중랑구 면목2동 동천주유소(SK)로 1687원이었다.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398원인 셈.
이처럼 주유소마다 가격차가 극심한 것은 기본적으로 정유사별로 공장도 가격이 우선 차이가 있는데다, 주유소마다 지역별 상황에 따라 유통마진을 자율적으로 붙여 판매하고 있기 때문. 휘발유 등 유류 제품의 경우 품질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가격차이가 큰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부당한 것이다.
용산구가 휘발유 가격 가장 비싸
지역별로 살펴봐도 기름값은 차이가 컸다. 휘발유가가 가장 비싼 구는 용산구로 리터당 평균 1437원이었고, 1433원의 강남구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강북구와 중랑구는 1397원, 도봉구 1392원, 은평구 1386원으로 비교적 휘발유 가격이 싼 구로 조사됐다. 하지만 같은 지역이라도 주유소별 가격차가 크고 정유사별로 가격차가 큰 만큼 잘 살펴 주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중랑구는 평균 휘발유 가격이 낮은 편이지만 서울 시내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주유소가 있는 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유소마다 가격차가 극심한 것은 주유소별로 마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데 기인한다. 또한 그만큼 주유소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지 않아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여 정유사별로 공급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는 소식이 가끔 전해지지만, 이는 실제 소비자나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의 일만 살펴보더라도 지난 15일 LG칼텍스정유는 석유제품 가격을 크게 내렸으나 일선 주유소의 상당수는 종전 가격을 그대로 받고 있는 곳이 많았다. 인하하더라도 그 폭은 정유사가 발표한 수준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고 그마저 인하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가격 인하 소식을 전해들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며 부당 이득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할 경우, 정유사들이 해당 일에 일제히 가격을 올리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부당이익' 챙긴 SK(주)
정유사가 국제유가 인하의 영향으로 유가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것도 문제. 실제 15일 LG칼텍스정유가 휘발유 공급 가격을 리터당 29원 낮추었으나 SK(주)는 같은 날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 환율 하락이나 유가하락의 요인은 두 정유가 모두 같이 적용되는 것인데 SK(주)는 가격 인하시기를 늦춰서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
올해 SK(주)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휘발유 912만2148리터, 경유는 1907만1255리터인 만큼 LG칼텍스정유와 동일한 가격폭의 인하요인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SK(주)는 하루평균 4억5525만원(휘발유 2억6454만원, 경유 1억9071만원)의 부당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SK(주)는 이에 대해 자사의 가격 조정은 목요일로 정해져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단체들은 "정유사와 주유소마다 체계적인 가격 정책이 없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런 풍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아 다녀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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