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총기소지 합법화가 참사 불렀다”
美언론 “총기소지 합법화가 참사 불렀다”
  • 장미란
  • 승인 2007.04.1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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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 최악의 교내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1면 톱기사로 보도하는 등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보도들은 ‘한국인’보다는 ‘총기소지’에 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의 개요는 물론 주요 사건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방송이나 온라인뉴스에는 조승희씨의 사진과 함께 한국인 이민자라는 사실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 등 지면으로 인쇄된 신문은 기사 제목에 직접적으로 한국(South Korea)이라는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외신은 또 이번 사건에 대해 총기류 소지 허용에 관한 규제의 문제점, 교내 안전강화 대책 등 이번 사태가 일어날 수 있게 한 자국의 규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BBC는 17일 “미국 언론 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맥쌓기 사이트 등이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 관한 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총기소지에 관한 느슨한 규정이 이번 비극을 불렀다며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자 1면에 ‘버지니아에서 32명 총격으로 사망; 미국 역사상 최악의 난폭 행위’라는 제목으로 사망자를 옮기는 사진과 함께 사건 개요를 상세히 보도했으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등은 소개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인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험중 하나가 쉽게 총기를 구해 이로 무장하고 집에 들이닥친 살인자들"이라며 "이 같은 사실이 버니지아 공대의 총격사건으로 부각됐다"고 보도했으며 "범인도 자살한 상황이어서 어떤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총기를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이유를 파악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범죄성향을 가진 개인이 총기로 무장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줬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이번 비극으로 총기 소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자동 권총으로 총기 난사사건을 벌인 한 학생 때문에 총기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과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쪽 간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블랙스버그의 살인자’라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희생자 가족의 비극일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의 비극”이라며, 이로 인해 캠퍼스 내 총기류 소지 허용 여부, 교내 금속탐지기 설치 여부에 관한 논쟁은 물론 학교 및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문제 제기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만약 버지니아주가 총기소지를 금지했더라면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났을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대학 교실이나 기숙사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해야 할까? 왜 범인들은 학교에서 이같은 분노를 표출하려 했을까?"라며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허핑턴 포스트는 미국이 총기소지 합법화를 유지한다면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솔직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아시아판은 6면에는 ‘총격 사건으로 위험에 빠진 학교 명성’이라는 관련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으로 버지니아공대가 국제적으로 쌓아온 명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씨의 국적에 대해서는 그가 23세의 한국 학생이라고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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