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불사르는 '원초적 섹슈얼리티'의 화신
무대를 불사르는 '원초적 섹슈얼리티'의 화신
  • 이문원
  • 승인 2004.06.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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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코르테스' 내한 공연
'플라멩코'라는 춤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란, 사실 '상식' 이하의 것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절대 다수의 이들이 펄럭이는 주름치마를 입고 무희들이 추는 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현재 '플라멩코'라는 춤 양식을 가장 폭발적으로 전세계에 알리고 있는 '호아킨 코르테스'는 분명 '남성'이며, 그는 절대 주름치마를 입지 않고, 여성미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잠시 국내 내한이 예정되어 있는 이 '섹시한 남성' 호아킨 코르테스에 대해 알아보자. 1969년 코르도바의 집시 가독에서 태어난 그는 12세에 마드리드로 건너온 이래 줄곧 무용을 계속한 '영재 교육'의 산실과도 같은 인물이다. 15세에 스페인 국립 발레단에서 들어가 곧 솔로이스트로 성장한 그는 마침내 1992년, 자신의 무용단인 '호아킨 코르테스 발레 프라멩코'를 창단하여 전세계 순회공연에 들어갔고, 세계적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나 카를로스 사우라와 같은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여 활동 영역 확대에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플라멩코계'의 '아이돌' 코르테스가 이번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공연작은 지난 200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티볼리 극장에서 초연된 바 있는 <라이브(LIVE)>. 백댄서도 없고, 의상을 갈아입는 시간을 제외하곤 2시간 내내 쉴 새도 없이 '휘몰아치는' <라이브(LIVE)>는, 도입부에 이어 마르티네테, 불레리아, 솔레아 포르 불레리아스, 알레그리아스, 삼브라, 세기리야, 할레오스의 순서로 진행되어, 그저 '미친 듯이 발광하는' 조악한 댄스 퍼레이드가 아닌, 정확하고 면밀한 과정을 거쳐 관객들을 점진적으로 무대에 끌어들이는 '계산된 무대'를 지향하고 있다. 얼핏 '게이틱'한 공연이라는 편견 탓에 남성들은 지레 등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코르테스의 공연 영상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이라면, 아무리 '섹스 심벌'로서 알려진 그일지라도 선뜻 얄팍한 섹슈얼리즘을 언급하긴 힘들 것이다. 코르테스의 공연은, '팔기 위한' 섹슈얼리티가 아닌,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부분에서 터져나오는 원초적 생명력에 가깝기에 '팔릴 수 밖에 없는' 섹슈얼리티인 것이다. (장소: 세종문화회관, 일시: 2004.06.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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