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추억? 재떨이 휘두른 ‘보스’
폭력의 추억? 재떨이 휘두른 ‘보스’
  • 이보배
  • 승인 2007.04.2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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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까지... 회계의 삶 결국 거짓 드러나

목포를 근거지로 했던 ‘서방파’의 김태촌씨, 광주를 근거지로 했던 ‘광주 OB파’의 이동재씨와 더불어 대한민국 폭력조직을 3등분 했던 ‘양은이파’의 보스 조양은(57)씨가 긴급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5일 폭력 및 갈취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3일 오후 11시 쯤 4개월 간 장기 투숙 중이던 서울 역삼동 모 호텔 12층에서 11층으로 방을 옮기려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게 긴급 체포됐다.

조씨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업가 박모(46)씨로부터 4~5차례에 걸쳐 10억여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조씨가 강원랜드 카지노 등에서 진 도박 빚 22억원을 대신 갚아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해 10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황모(46)씨의 태도가 건방지다며 탁자위에 놓인 재떨이와 물컵 등을 집어 던져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조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씨는 15일 오후 용산서 유치장에 입감되며 “10원도 빌린 적이 없고 하나도 때린 적 없으며 도피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찰에 의견서를 제출한 조씨 측 변호사는 “박씨의 경우 다른 사람의 빚을 갚기 위해 조씨를 통해 돈을 건넨 것이며, 황씨는 조씨와 다투다 스스로 넘어져 상처를 입을 것일 뿐이다. 가족문제로 호텔에 머물렀을 뿐 도피는 경찰에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 측은 “조씨가 변호인과 상의해 가면서 진술 하나하나를 챙기고 있다.”라며 “조씨가 비록 은퇴했다고는 조폭의 신화라는 점은 사실이다. 피해자들도 두려움 때문에 진술을 번복할 우려가 있다”고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18세의 나이로 조직을 결성해 독자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주먹 세계를 주름잡았던 조직폭력계의 거물 조양은은 1980년 ‘신상사파 급습’ 사건으로 처음 구속된 이후 출감할 때마다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1996년엔 억대의 스키 회원권을 갈취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징역 2년, 2001년엔 카지노 상습 도박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실형을 산 이후로 이번이 벌써 7번째 구속·수감이다.

10대의 어린 나이로 주먹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60세를 바라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암흑의 세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의 삶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새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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