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8대 개헌 처리’ 생각없다?
한나라당 ‘18대 개헌 처리’ 생각없다?
  • 민철
  • 승인 2007.04.2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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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의지 안 보이는 한나라당·박근혜·이명박

정치권 18대 개헌 처리 합의 하지만 차기 국회에서 ‘개헌 키(Key)쥔 한나라당’
한나라·빅2, 개헌 의지 갖고 있나? - 개헌 ‘화장실 갈 때, 나올 때 마음 달라’


전문 :개헌의 주사위가 차기 대선 이후인 18대 국회로 넘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의 약속을 받아들여 개헌 발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개헌을 18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 노 대통령의 강력한 개헌 의지를 후퇴시킨 결정적 이유이다. 한나라당이 ‘약속’의 절치를 밟았다고 평가한 것. 그러나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처리키로 약속했지만 추후 개헌이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4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 윤승용 홍보수석을 통해 “18대 국회 개헌을 국민에게 약속한 각 당의 합의를 수용한다”며 “각 당이 18대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개헌을 유보키로 했다. 이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6개 정파 원내대표들이 지난 11일 개헌문제를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한다는 데 합의하고 노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를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한 노 대통령의 대답이었다. 이로써 올초부터 파란을 일으켰던 노 대통령의 ‘원 포인트’ 개헌 제안은 90여일만에 일단락됐다.

盧 개헌 유보, ‘위기 모면한 한나라당’
18대 국회로 넘기기로 하면서 올해의 개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등 6개의 정파가 ‘18대 국회 처리’라는 합의점을 이끌어 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의 약속은 대선정국의 중대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땜질식 합의를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해왔던 한나라당. 이러한 합의가 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목전에 놓아둔 시점에서 ‘진퇴양난’ 속에서의 어쩔 수 없는 결단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초 노 대통령이 대국민담회를 통해 ‘원 포인트’개헌을 제안하자 한나라당은 즉각 ‘대선 흔들기로’ 규정,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무대응’ 전략으로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렸다. 물론 한나라당은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왔지만,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 등 개헌과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당내부 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빅2’도 개헌이 현재 유리한 대선 지형을 뒤집어엎을 만한 ‘메머드급’ 폭풍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에서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힐 뿐, ‘대선공약으로 내 걸겠다’는 명쾌한 입장도 내놓지도 못했다.

재적의원(297명)의 3분의 2가 필요한 국회 표결 키(Key)를 127석의 한나라당이 쥐고 있지만 개헌이 정파별 대치를 넘어 국가적·시대적 이슈로 불거질 동력을 품고 있는 데다 향후 올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판단 하에 쉽사리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이 공론화 된 후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절반이상이 ‘원 포인트’ 개헌에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차기 대선이 개헌 ‘찬·반’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빅2’와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개헌 18대 처리, 정치변수 ‘산재’
노 대통령의 개헌 유보 선언으로 이처럼 한나라당은 당면한 최대 위기가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각 당의 합의가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을 거친 뒤 개헌 처리 약속이 지켜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의 높은 정당지지율을 유추해 볼 때 18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를 차지할 공산이 높기 때문에 개헌 저지선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일정도 개헌에 유리하지 않다. 또한 17대와 18대 국회의 인적 연결고리를 연결하기 어렵다.

또한 한나라당의 당론이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더러 차기 대선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든지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어, 정치권의 개헌 합의가 18대에서 논의가 될지도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DJP연합 뒤 김대중 후보가 내각제 개헌을 1997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좌초된 사례도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민련의 내각책임제 주장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렇듯 향후 개헌 논의가 불투명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개헌 의지에도 의구심이 나타난다. 노 대통령의 개헌 유보를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으면서도 발표 이후 소극적인 모습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유보 발표 당시 한나라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낼 뿐 어느 곳에서도 개헌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18대 개헌 처리’는 ‘위기모면용’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박근혜·이명박·한나라당 ‘18대 개헌 처리’ 의지는 있나?
이러한 분위기는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단 대통령과 각 정파가 약속한 것이어서 18대 국회가 들어서면 개헌의 공론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등 대선주자들은 당론에 다라 대선 공약에 개헌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

박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표 이후 직접 개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표측 한선교 대변인은 “개헌은 국민에게 약속하고 허락받는 것이지 이 정권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헌에 대한 각 당과 국민, 유력 대선주자들이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개헌 논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원론적인 논평만이 내놓았다.

당시 인도를 방문 중인 이 전 시장은 노 대통령이 당론 추진약속을 요구한 것에 대해 “내가 왜 그걸 자기하고 약속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또 들이밀었더라, 어린애 투정도 아니고, 그게 뭐냐”라며 “지금 누가 자기하고 개헌을 약속하겠냐”라고 비꼬는 등 개헌 처리와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더욱이 공이 넘어온 임기단축 문제 등에 대해선 이 전 시장측은 "안정적인 개헌 논의를 위해서라도 차기 대통령에게는 5년 임기가 보장되는 게 맞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측도 “박 전 대표는 원칙적으로 4년 중임제가 합당하다는 입장”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임기문제 등 세부적인 문제는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개헌은 한 명의 정치인이 하자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먼저 후보가 된 후 당과 협의를 통해 당론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대통령 당선 이후 안정적으로 추진해 가는 게 맞다”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빅2’는 ‘차기 국회 논의’라는 원칙적인 태도만을 유지하고 있는 등 실제 ‘임기 문제’에 있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헌 당론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논의한다”는 것이어서 노 대통령이 요구하는 원 포인트 개헌으로 제안하지 않고 있다. 복지나 환경 등 곳곳에서 헌법을 손질할 부분이 있어 폭넓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개헌의 초점이 ‘원 포인트’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따라서 향후 개헌은 ‘국회 주도권’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이는 유력 대선주자인 ‘빅2'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개헌과 관련해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시쳇말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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