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 여기서 지면 끝장···동교동계 총 출동
지지율 급상승으로 ‘안도’···벼랑 끝 탈출하나?
손학규 밀약설·박근혜 연대설 ‘솔솔’···DJ의 심중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킹메이커’ 역할 자임할 듯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연말 대권에 깊숙이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같은 설은 최측근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DJ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003년 6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박 전 장관이 4년 만에 DJ를 보좌함에 따라 DJ발 ‘대선개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기 시작한 것.
이 같은 관측은 정권재창출을 가장 완곡히 원하는 인물이 DJ일 수밖에 없는 논리로 시작된다. 자신의 최대 업적인 햇볕정책 계승자를 당선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대권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DJ의 차남 홍업 씨의 전남 무안 신안 보궐선거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전남지역을 직접 방문, 홍업 씨 지지를 위해 다각도로 애쓰고 있다는 것.
여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교감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으로 볼 때, DJ의 대권개입설은 곧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업 씨와 박 전 장관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필승의 신념으로 4·25 재·보궐선거에 임하고 있다. 마치 ‘여기서 지면 끝장’이라는 듯 말이다.
홍업 씨 낙선하면 DJ 치명적
특히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거론하며, “대통령 딸도 활발히 활동하는데, 대통령 아들이 못나설 필요가 있느냐”며 마치 전투에 임하는 듯한 형국이다.
박 전 장관을 비롯한 동교동계가 홍업 씨 구하기 전면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홍업 씨의 민주당 전략공천을 눈감아 줬던, DJ의 위상을 위해서다. 만약 홍업 씨가 낙선한다면 DJ는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연말 대권에서도 DJ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선 고건 전 총리의 대권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이 없어졌다. 물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명박 전 시장에 이어 2위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지만, 미약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권재창출을 위해선 DJ가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동교동계의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어찌됐든 동교동계의 힘을 얻은 홍업 씨는 힘을 받고 있다. 4월 초까지 무소속의 이재현 후보에 밀리던 홍업 씨의 지지율 상승이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홍업 씨의 공천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던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김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목포MBC의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33.6%)가 무소속 이 후보(25.1%)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박 전 장관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의 지원과 이희호 여사까지 선거전에 가세함에 따라 지지율은 급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홍업 씨가 당선 될 경우 민주당의 위상과 영향력도 커질 것이며 DJ의 파워가 건재함을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낙선했을 경우다. 무안·신안은 DJ의 정치적 뿌리가 같은 곳인데다가 장남 홍일 씨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곳이다. 즉, DJ 영향력은 큰 손상을 받을 것이며 민주당이나 열린 우리당 모두 호남지역에서 마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홍업 씨의 당선이 확정된다면 DJ는 대권개입을 위한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손학규 밀약설? 박근혜 연대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도 DJ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손 전 지사가 아무런 준비없이 범여권 제3지대로 갈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지지기반도 없는 ‘시베리아’에 무모하게 몸을 던질 만큼 아마추어도 아니다. 정동영연대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나, 현재로서는 DJ와의 교감설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물론 이 같은 설이 나오는 이유는 손 전 지사의 발언 때문이었다.
손 전 지사는 그간 DJ의 6.15의 업적과 햇볕정책을 계승 지지한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다. 지난 2월 8일엔 “대북송금 특검은 잘못된 것”이라며 DJ와 그 측근들을 변호, 두둔까지 해 한나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이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주인행세하고 있다”라며 탈당의 변을 말했다. 과거 한나라당 간판으로 국회의원과 장관, 경기도지사, 대권후보로까지 발돋움케 한 인물의 발언으로 보기에는 파장이 너무 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범여권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라고 해석했지만, 그 뒤에는 DJ와의 교감이 미리 이뤄진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즉, DJ는 손 전 지사를 1차적인 범여권의 대권주자로 점찍었고, 실패할 경우 다른 인물을 찾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도 제기되고 있다. DJ의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표가 당을 맡고 나서 한나라당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라며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대북정책 등 모든 국정에 반대했는데 박 대표는 그렇지 않다. 핍박받은 대통령(김대중)이 핍박한 대통령(박정희)과의 역사적 화해에 김 전 대통령은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 언론이 전한바 있다.
물론 설은 설로 끝날 확률이 있지만, DJ와 박 전 대표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영향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연대를 예상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윈-윈’이기 때문이다. 우선 DJ는 남북화해를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물론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햇볕정책’이라는 틀을 만들어 냈고,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남북화해’에서 그 운명이 끝난다. 지역적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동서화합’은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박정희 기념관’을 설립하겠다며 나름의 시도는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예산을 이유로 무산시켜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DJ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라이벌 관계에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용해야지만이 자신의 숙원인 남북화해와 동서화합을 동시에 이끌어 낸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
물론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여가고 있지만, 역전의 발판을 삼기 위해선 호남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DJ를 구실삼아, 향후 대권가도를 위한 지지기반을 확대하겠다는 해석이다.
2007 대권 실질적 킹메이커
한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DJ는 자신의 햇볕정책을 계승할만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예전부터 물밑 작업을 해 왔다”고 귀뜸했다. 개헌정국이 지나 신북풍이 불 것으로 보고 있는 정치권은 남북정상회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DJ가 이를 통해 향후 대권에 더욱 깊이 관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던 DJ. 차기 대선에서 어떠한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