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도쿄에서는 영화 ‘스파이더맨3’ 월드프리미어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인 롯폰기 힐스 모리 타워에는 샘 레이미 감독을 비롯해 영화의 출연진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일본팬들은 세계적 스타인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일본 영화 시장 규모 미국 이어 세계 2위 수준
시장 규모보다 한국 영화 중심인 분위기 더 중요
그보다 앞선 12일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인 휴 그랜트가 일본을 방문했다. 영화 ‘러브송이 완성될 때까지’(한국 개봉명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홍보를 위해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윌 스미스, 캐머런 디아즈, 실베스터 스탤론, 제니퍼 코널리 등 ‘월드스타’들이 일본을 찾았다. 이들은 각종 유명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쳤다.
일본은 YES, 한국은 NO
그러나 일본까지 왔던 스타들이 이웃 나라 한국에는 들르지 않고 떠났다. 어째서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일본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더군다나 피규어나 캐릭터 상품 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파이가 크니 먹을 것도 많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적인 규모만으로 단정짓기에는 충분치 않아보인다. 한국 영화 시장도 멀티플렉스 증가와 더불어 규모가 커진 것이 사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경우, 국내에서만 714만3637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렸다. 일본보다 앞서 개봉하기는 했지만, 국가별로 봤을 때 세계 5위의 흥행성적이다.
경제적 규모보다 더 생각해볼만한 부분은 우리나라 국민의 ‘애국심’이다. 스크린 쿼터를 비롯해 한국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국적 시각이 두드러져 보인다. ‘한국 영화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게 됐고, 그에 따라 외화를 무조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는 옅어진 것이 사실이다.
국내 영화 전문지 표지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표지를 장식하는 해외 스타가 현저히 줄었다. 최근 표지를 장식하는 배우는 국내 스타가 대부분이다. 사실 광고를 봐도 해외 스타가 모델로 기용되는 현상은 보기 힘들다. 일본 광고에서는 흔하게 해외스타를 볼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할만한 수준이다.
한국의 최근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할리우드에서도 쉽게 공격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그리고 아시아시장에서 한국이 자국 영화가 강세를 띠며 변하는 것을 보고 더욱 일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본도 지난해 자국 영화 점유율이 외화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긍정적 평가 vs 부정적 평가
일각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진출이 어려운 것이 그만큼 국내 영화 시장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으며 너무 국수적인 생각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잇따른 일본 방문으로 인해 더욱 비교돼 보이는 한국의 뜸한 방문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