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행차... 대통령 능가하는 초특급 경호작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둔자'라는 평을 들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그러나 최근 현장방문도 불사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의 오너가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건희 회장이 워낙 '거물'이다 보니, 화제는 엉뚱한 방향에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삼성그룹 '올스타' 총출동
대표적인 예가 이 회장의 '애마'로 알려진 '마이바흐 62'의 행보. 이건희 회장의 마이바흐는 6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접촉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본격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미 이 회장은 6월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회동 때 이미 마이바흐를 타고 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18일의 접촉사고는 '애마'의 본격적인 '신고식'이었던 셈.
마이바흐는 6월 23일에도 등장했다. 이날 이건희 회장은 '천안·탕정 단지(크리스털 밸리)'를 방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총수의 행차답게 경비가 대단히 삼엄했던 것은 불문가지. 회사측은 공장 앞 8차선 도로변을 대형버스 10여대로 이미 선점해 놓았고, 경비원들은 정문 밖 인도의 일반인 통행까지 막았다.
마이바흐가 등장한 것은 오후 2시. 천안 공장을 떠난 마이바흐 62 한 대가 탕정 LCD 단지에 도착했다. 당연히 이 차에는 이건희 회장이 타고있을 것으로 다들 생각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마이바흐에는 이건희 회장이 탑승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난 3시 경, 마침내 벤츠 S클래스급 리무진을 탄 이건희 회장이 도착했다. 그 뒤로 경호원과 수행 사장단이 탄 에쿠스, 볼보S80, 아우디A8 등 최고급 차량 20여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이 회장의 천안·탕정단지 방문에는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들을 비롯,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대외협력담당), 이상완 사장(LCD 총괄), 삼성SDI 김순택 사장, 삼성코닝 송용로 사장, 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 사장 등 천안·탕정 지역에 사업장을 둔 계열사 사장과 고위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한마디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올스타'들의 총출동이 된 셈.
이 날 행사는 '대외과시용'이 아닌 관계로 언론에게 크게 노출된 편은 아니다. 그래서 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내용, 예를 들어 '기스가 난 마이바흐는 과연 수리가 됐는지', 또는 '원래 동행하기로 되어있던 이재용 상무는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등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는 힘든 상황.
노-사간의 '확성기 대결'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위장전술'까지 펼치며 '작전'을 펼친 주된 이유는 삼성을 퇴직한 근로자들의 시위에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천안공장 앞 도로에서는 일부 퇴직자의 시위가 전개됐다.
시위자들은 대형 확성기를 차량에 달고 운동가요와 구호를 틀었는데, 이에 맞서 삼성측에서도 공장 입구에서 대형 스피커로 인기가요를 틀며 응수했다. 휴전선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남북 간 '확성기 대결'을 방불케 한 광경이었던 것. 더욱이 최근 남북 간 확성기 공방이 중단된 점을 생각한다면, 삼성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골이 상당히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의 '철통보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장 정문 앞 8차선 도로변은 시위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회사측이 동원한 대형버스 10여 대에 의해 선점 당했다. 또한 경비원들은 정문 밖 인도의 일반인 통행까지 막아 인근 주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렇게 전쟁지역을 방문하는 대통령처럼 초특급 경호작전을 펼친 이건희 회장. 이렇게까지 라도 '현장경영'을 강행한 이유는, 그만큼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후문. 항상 앞날을 예측하며 치밀하게 준비하는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답게, 이번 방문도 이 회장의 '심중'을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있다는 중평이다. 즉 디스플레이부문 사장단이 총출동 한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계열사간 사업중복으로 비롯된 충돌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는 마무리되지 않았겠냐는 견해.
또한 이건희 회장이 '크리스털 밸리'에 몸소 등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삼성타운' 건설에 대한 의지를 만방에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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