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비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비난은 기업은행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 각종 포탈의 블로그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실제 네이버 등 각종 포탈 블로그에는 “기업은행이 소비자들에게 사기를 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난성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네비세이브 카드 서비스’에 기인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카드를 사용하면서 적립되는 포인트가 당초 예상보다 적고 네비게이션의 대금이 적정하지 못하다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 국민 상대로 사기를 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라고 항변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이 같은 항변에도 불구,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포인트는 적고 물품 가격은 비싸고 ‘고객이 봉(?)’
현재 기업은행 홈페이지에는 “국책은행이 고객에게 사기친다”라는 비난 섞인 항의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블로그에서 한 소비자는 “이 카드 신청하고 엄청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신청하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절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네비세이브 카드에 불합리한 점이 많습니다”라고 하며 기업은행의 네비세이브 카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포인트만 쌓으라더니
문제가 된 기업은행의 네비세이브 카드는 지난해 10월 말 출시됐다. 월 33만원씩 3년간 카드를 사용하면 네비게이션이 공짜라는 제휴업체의 소개를 듣고 소비자들은 네비세이브 카드를 신청하게 됐다. 네비세이브 카드는 먼저 36개월 할부로 네비게이션 대금을 결제하고 카드를 사용하면서 적립한 OK 캐쉬백 포인트로 할부 대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포인트를 적립하지 못해 공짜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기업은행은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결제일이 돌아오자 예상한 것보다 포인트가 적게 적립되어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하게 된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소비자들은 기업은행의 홈페이지를 통해 카드를 신청할 때 들었던 말대로 월 33만원 보다 많은 금액을 사용했는데도 할부대금보다 적은 포인트가 적립이 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포인트 적립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게 된 이유는 OK 캐쉬백 가맹점을 통해서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을 상세히 알지 못한 탓이다. 평소 생활 습관대로 비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해 포인트를 대금을 결제할 만큼 충분히 적립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통해 신청한 소비자들은 33만원이라는 말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SK주유소와 OK 캐쉬백 가맹점, 휴대폰 요금 자동이체 등을 사용해서 포인트를 적립해야 하는데 간혹 비가맹점에서 사용하고 포인트가 적립이 안됐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카드사와 제휴한 업체는 카드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라고 하며 “현재 제휴업체를 통해 신청한 고객과는 직원들이 전화 상담을 통해 주지시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초기 신청 당시에 약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면, 전화 상담을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주지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아무래도 그런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카드 신청 당시 이런 사항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 물품 배송시에도 포인트 적립 방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제휴업체 측에도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서비스 초기 단계이므로 기업은행도 미흡한 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비세이브 카드의 문제는 포인트 적립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GS 이숍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네비세이브 카드 제휴업체의 제품이 36만원에 판매된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현재 기업은행과 제휴한 네비게이션 업체는 7곳으로 이들 업체의 제품 모델이 현재 시중 제품에 비해 구모델이고 그에 반해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는 논란이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시가는 훨씬 저렴해
기자는 직접 용산 전자 상가를 방문해 기업은행과 제휴한 상품들의 현재 시가를 알아봤다. 한 소매업체는 이 상품들은 현재 판매되지는 않고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출시된 제품이라고 했다. 그리고 7곳 업체의 제품 중에는 단종된 제품도 있다고 했다. 또 가격은 5만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저렴하다고 했다.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묻자 네비세이브 카드에 대해서는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니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또 다른 소매업체는 인터넷과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고 가격은 최저 3만원에서 최고 13만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은행과 제휴한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되지 못하도록 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판매된 제품은 덤핑제품으로 싸게 판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기간도 약 2주간으로 일시적이었다”라고 하며 “용산 전자상가나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겉모습은 같은 브랜드이지만 내부는 다른 제품인 경우도 있다. 기업은행은 가격질서가 파괴되는 행위는 못하도록 하고 있고 고객에게 적정가격의 물건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가격 차이가 심하게 나는 물건의 경우 현재 기업은행과 제휴하지 않는 상태이거나 제휴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제품이 구모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렌드가 강한 제품이다 보니 발빠르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적정한 신모델로 교체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