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피바람‘살생부’‘인민재판 두렵다’
정치권 피바람‘살생부’‘인민재판 두렵다’
  • 김상미
  • 승인 2003.01.30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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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피바람‘살생부’‘인민재판 두렵다’ 노 당선자측 “이런 의견은 노 당선자와하등 관련이 없다” 살생부의 회오리가 정치권을 휩쓸고 다닌다. 살생부의 진원지는 인터넷상의 퍼온글 형태로 나돌던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살생부에 대한 문제가 민주당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진원지 파악도 제대로 안된 채 ‘민주당의 당 내막을 잘 아는 당원이다’ ‘노 당선자 측에서 작성됐다’ ‘반·비노세력에서 역소문을 내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 유포됐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염병처럼 급속한 속도로 파문을 만들고 있다. “현대판 인민재판인 여론재판을 하는 것으로 문화혁명 방식” 이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측은 민주당 의원들을 지목한 ‘인터넷 살생부’와 관련, “이런 의견은 노 당선자와 하등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매일 발행하는 소식지인 ‘인수위 브리핑’은 이날 “당선자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른바 ‘민주당 살생부’를 여러 신문이 의원 이름까지 적시해 보도한 것은 인터넷에 유포되는 숱한 문건 중 하나에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역적 중의 역적’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불쾌감과 분노를 표하면서 당 지도부에 수사의뢰 등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치를 촉구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인터넷 정치의 무책임성, 선정주의 등의 폐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역적 중의 역적’으로 분류된 정균환 원내총무는 이날 교통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많이 한 사람도 있고, 적게 한 사람도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가려서 그런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린애같은, 철부지같은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다만 당내에서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천 최고위원 측은 논평을 통해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고 양측을 설득해 단일화 합의를 이끌어낸 사람을 어떻게 역적이라고 하느냐. 역적이 아니라 대선의 수훈자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공안검사출신이라는 등 허위사실까지 열거하는 것을 보면 사실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박양수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선자 조직특보로 임명돼 열심히 활동한 사실은 선대위 간부들이 잘 알고 있다”며 “심히 불쾌하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에 다양한 목소리를 올리는 것은 좋지만 민주주의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 글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살생부’에서 특1등 공신, 1등 공신 등으로 묘사된 신주류측 의원들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 개인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 이로 인해 당내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문제의 글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포함돼 있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특정인의 명예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도 민주당 의원들을 지목한 ‘인터넷 살생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 내부에서 공신이니 역적이니 하면서 보복정치를 하는데 정계개편의 서곡이라면 위험하고 섬뜩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면서 “여당 내부가 이렇다면 야당에 대해선 더 큰 보복의 칼날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총장은 또 “이는 현대판 인민재판인 여론재판을 하는 것으로 문화혁명 방식”이라며 “노무현 당선자는 옛날 군주도 권력을 쟁취한 뒤 측근 정리를 제대로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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