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벨라폰테 & 나나 무스쿠리의 "An Evening With Belafonte/Mouskouri"
여러 거장들의 '전성기 음반'을 듣는 일은 그 어떤 음악체험보다 더 유쾌하고 값지다. 물론 이런 '초보적' 과정에 지치면 거장의 졸작 음반을 듣는다거나, 조잡한 뮤지션의 조잡한 음반에서 '뭔가 특이한' 요소를 찾아내려 하는 '매니아' 취향으로 옮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이런 치기가 넘쳐흐르는 때에마저도, 거장들의 명반은 언제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아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을 세우는 기반이 되곤 한다.
이번에 발매되는 "An Evening With Belafonte/Mouskouri"는 재즈의 거장 해리 벨라폰테와 가장 '유럽적인 목소리'라 불리우는 나나 무스쿠리가 전성기에 함께 작업한 '소문난' 명반이다. 약 40년 만에 국내 라이센스 발매되는 이 음반은 이미 수입반으로 절판이 되어 많은 매니아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던, 희귀한 '컬렉터스 아이템'이기도 한데, 첫 트랙 "My Moon"에서부터 엔딩 트랙 "Irene"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빛나는 시기 특유의 여유와 재기가 넘쳐 흐르고 있으며, 상업적인 템포를 맞추려 하는 듯하면서도 개성이 폭발하고, 거슬리게 개성적인 듯하면서도 대중성을 쉽게 확보해내는 절묘함이 음반 전체에 서려있다.
거장의 전성기는 '혁명적'일 수 밖에 없다. 시대를 앞서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이 콤비네이션은 현재의 음악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만한 트렌디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 비록 현재에는 어느 정도 '화석화된 전설' - 특히 나나 무스쿠리의 경우는 더욱 - 정도의 취급을 받고는 있지만, 적어도 이 음반에서 이 두 사람은 '빛나고' 있으며, 우리가 결국 이 두 사람을 추억하는 방식은 언제나 현재의 정체된 상태가 아니라 바로 이 시절, 가장 빛나던 시절의 자신만만함에 대한 '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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