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보 히로코의 "에도의 패스트푸드"
요즘처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도 없을 듯하다. 우리의 경우, 참 부끄럽게도 '식품위생'과 관련된 이슈들이 줄줄이 터져나와 '깨끗한 음식' 관련의 관심만이 증폭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문화'의 중심이자 '민족성'의 중심으로서의 먹거리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조금 비틀어내면 '생활사'를 아우르는 의미로서의 먹거리에 대해서도 충분한 담론이 이어질 수 있을 듯.
오쿠보 히로코가 저술한 "에도의 패스트푸드"는 바로 '먹거리'를 통해 '시대생활사'를 말하는 흥미로운 유쾌한 책이다. 본래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전통있는 교토 문화 중심인지라 에도 문화에 대해서는 우리 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그닥 큰 관심을 얻고 있지 못한데, 이 책은 '패스트푸드의 근원지'가 바로 에도였다는 데에서 새로운 생활사적 시각을 들이대고 있다. 바로, 유명한 일화들을 숱하게 남긴 에도의 빈번한 화재 탓에 17세기 이후의 에도에는 화재 복구 공사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동원한 쇼쿠닌(직인)들이 손쉽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개발해내다 보니 현재의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음식들이 다량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들은 덴푸라, 스시, 소바, 장어구이와 같은 형태로 남아 일본의 대표음식들로 재탄생하게 되었다는 것.
흥밋거리들을 모아놓아도 충분한 '사료'가 되고, 딱딱한 사료들만을 열거해도 '흥밋거리'가 되는 생활사 서적의 묘미를 명확히 알려주는 책으로서, 아직 음식사는 물론, 생활사 전반에 걸쳐 연구가 부족한 우리 실정에서는 부럽기 한이 없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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