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유리가면 에피소드 2 - 잊혀진 황야>
'애플씨어터'의 <유리가면> 시리즈는 근래 들어 가장 독특한 기획을 선보이고 있는 공연이다. 이 독특함의 원인으로는 먼저,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라는 점을 들 수 있고, 연극으로서는 참 보기 드물게 '속편'을 내놓는 '시리즈'라는 점, 그리고 2004년 한 해 동안 '에피소드 1'에서부터 '에피소드 4'에 이르는 4편의 시리즈를 마치 '연재극'처럼 차례로 발표한다는, 참 기이한 야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 희한한 기획의 '원점'이 된 일본 만화 <유리가면>은 과연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만화 <유리가면>은 연극 버젼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가지각색 에피소드들이 펼쳐지는 일본 만화계 내에서도 참 희한한 케이스로 꼽히는 작품이다. 1976년에 탄생해 현재까지 '끝'을 맺지 못하면서 29년째 소녀만화잡지 '하나토유메'에 연재중인 <유리가면>은, 1980년대부터는 원작자 미우치 스즈에의 괴벽 탓에 짧은 기간 연재하고, 긴 기간 휴식을 갖는 형식으로 띄엄띄엄 연재되어 29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겨우 41권의 단행본만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무려 30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순정만화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히고 있다. 1994년, 제 13장 '생명'을 끝으로 연재가 중단 중인 - 미우치가 종교에 심취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전해진다 - <유리가면>은, 만일 '애플씨어터' 기획이 계속될 경우, '에피소드 4'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결이 된 제 12장까지, 모두 12편의 연극으로 탄생될 가능성마저 엿보이고 있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2001년 서울공연예술제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에피소드 1' <기적의 사람>은,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원작의 연극 장면을 극중극 형식으로 재치있게 소화하고, '극'과 '극중극'이 서로 맞부딪히며 벌어지는 형식 실험을 특유의 긴장감으로 면밀히 구성해 관객과 비평계로부터 고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배우로서 '선천적인 천재'인 오유경과 '교육에 의한 수재' 신유미 간의 갈등을 그린 <기적의 사람>에 이어, '에피소드 2' <잊혀진 황야>는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묘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전편에서 선보여진 네 인물, 오유경, 민사장, 이리애, 준구 간의 사각관계가 더욱 심화 - 이쯤되면 흡사 TV 주말 연속극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 되어 전개될 예정이다.
(장소: 인켈아트홀 2관, 일시: 2004.07.0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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