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고통과 번민, 그리고 청춘을 듣는다
'그 시절'의 고통과 번민, 그리고 청춘을 듣는다
  • 이문원
  • 승인 2004.06.2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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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7080 빅 콘서트 (대전)>
흔히 외국의 '노장 밴드'가 다시 투어에 들어가 많은 올드팬들을 사로잡는 광경을 TV와 외신 등을 통해 접해보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노스탈지아'의 감정, 젊은 날에 대한 회고 등과 우리 팬들이 '노장 밴드'를 다시 접하게 됐을 때에 느껴지는 감흥은 사뭇 다를 듯 싶다. 바로, 우리가 그 음악을 들었던 시대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고, 사회가 달랐으며, 우리의 청춘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 1970∼80년대의 곡들을 다시 듣는다는 것은, 그 질곡의 역사를 다시 듣고, 그 안에서 고통받고 허덕이던 우리의 청춘을 되새김질하는 일과 같은 것. 이번에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추억의 7080 빅 콘서트>는 바로 이런, 고통과 번민이 그득찬 슬픈 우리 젊은 날을 돌이켜 되새김질하는 기회가 될 듯하다. 이 공연에서 불리워지는 곡의 리스트만 읽어내려도 벌써 가슴이 미어져 온다.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처음 본 순간', '샌드페블즈'의 '나 어떻게', '이명훈과 휘버스'의 '얼굴 빨개졌다네', '건아들'의 '젊은 미소', '잊지는 않겠어요', '블랙테트라'의 '구름과 나', '옥슨 80'의 '불놀이야', '가난한 연인들의 기도', '라이너스'의 '연', '장남들'의 '바람과 구름'...이루 셀 수도 없다. 이들 노래는 다시 불리워지지 않는다. 시대를 대변하는 '사회정서'를 다루지 않았기에 운동권 가요로도 사용되지 않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미학적 가능성을 시험한 노래들도 아니기에 평론가 집단에 의해 반추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우리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으며, 어느덧 우리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우리 정서와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이번 공연은, 바로 '우리 자신'이 되어버린 한 음악적 부분을 다시 되살려, 우리가 과연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장소: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일시: 200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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