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유흥가.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지만 걷는 모양새가 왠지 불안하다. 이 남성은 D종합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3년차 김모(32)씨. 김씨는 홍대 앞 클럽에서 동물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 가루를 코로 흡입하고 ‘도리도리’로 잘 알려진 마약류 ‘엑스터시’ 1알을 복용하고 나오는 길이다. 거리로 나온 김씨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계속 비틀거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도 연신 중얼거리며 횡설수설 한다. 마취 총 맞은 동물 마냥 헤롱거리던 김씨는 이내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형사에게 검거되어 경찰서로 연행됐다.
엑스터시보다 강력한 환각효과로 최근 서울 강남 유흥가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신종마약 ‘케타민’. 지난 3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신종마약 ‘케타민’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을 선포한지 두 달 만에 3명의 밀반입자와 59명의 투약자 검거에 성공했다. 이는 하루에 한 명 꼴로 검거에 성공한 셈.
‘케타민’과의 전쟁 선포

경찰은 바로 해당 클럽으로 향했고 이때 클럽 안은 젊은 남녀와 차량들이 얽혀 입구부터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클럽 안은 사이키 조명과 귀를 찢을 듯한 요란한 음악으로 가득하고 무대 한 편에선 몇몇 남녀가 흥에 취해 춤을 추고 있었다.
같은 시각 화장실에서는 마약 투약이 한창이었고 잠복 중이던 경찰은 이를 확인, 현장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대학생 라모(27)씨, 일본인 S(32)씨 등 9명을 경찰서로 연행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간이 시약검사를 통해 이들의 마약 투약 여부를 밝히려 했으나 시약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석방시켰다. 경찰은 채취한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넘겼고, 27일 국과수 정밀 감정결과 이들이 투약한 마약은 'K' 또는 '스폐셜 K'라고도 불리는 신종 마약 ‘케타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석방시킨 일당을 다시 검거, 이중 4명을 구속하고 검거망을 피한 5명에 대해서는 수배령을 내렸다.
‘케타민’은 2005년 11월 17일 마약으로 지정되어 단속하기 시작했으나 소변을 통해 검사하는 간이 시약이나 머리카락 정밀조사로는 투약 여부를 확인 할 수 없고 국과수의 정밀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조차 일주일 이내의 투약자만 찾아낼 수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라씨는 지난 3월 초, 홍콩에서 ‘케타민’ 20g을 1백만원 구입해 속옷 속에 감춰 국내로 밀반입 했다. 그 후, 서울 청담동의 고급클럽에 출입하면서 부유층 자제들과 유명패션 디자이너들과 함께 흡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포경찰서 강력 2팀(마약수사팀) 관계자는 “강남의 잘나간다는 클럽에는 하루에 60~70명의 연예인이 드나든다. 라씨 일당 검거 당시 클럽에서도 현재 활동 하고 있는 탤런트와 가수, 모델 등 20여 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앞으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마약 단속 수사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뛰는 ‘케타민’ 위에 나는 ‘해독제’
늘어나는 투약자와 현재로써는 마련되지 않은 시약 때문에 ‘케타민’ 투약자 검거에 난항이 계속 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디톡스’라고 불리는 ‘마약 해독제’까지 등장해 관계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 측은 이미 상당량의 ‘디톡스’가 국내에 유통되어 마약사범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팔려나간 걸로 보고 압수해 실제로 마약 해독이 가능한지 국가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에게 디톡스의 존재에 대해 묻자 “디톡스요? 그게 뭡니까?”라고 반문했다. ‘마약 해독제’라는 기자의 설명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약 해독제’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 이름이 ‘디톡스’는 아니라는 것. 이어 관계자는 “마약 해독제라고 돌고 있는 제품을 압수해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힐 경우, 인터넷이나 밀반입을 통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해독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국과수 감정 결과, 비타민 성분과 혈압 수축작용, 혈압 상승
작용이 있는 히드라스틴 성분이라는 것만 밝혀냈을 뿐 해독효과가 있는지는 임상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판단이 유보됐다”고 답했다.
경찰 측은 해독제의 실제 해독 능력에 대한 임상실험을 하려면 몇 십억원이 들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으며 때문에 해독제의 해독력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해독제 또한 국내에 반입할 수 없는 금지 약품이라는 것.
임상실험의 불가로 해독력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소문대로 실제 마약 해독이 가능하다면 대형 마약범죄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마약사범을 다 잡아들이기도 전에 ‘마약 해독제’까지 등장한 지금, ‘마약 해독제’를 단속할 법규조차 마련되지 않아 우왕좌왕 하고 있을 관계당국의 발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한편 이번 사건 해결과정에서 탤런트와 가수, 모델 등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 되면서 연예계는 마약 단속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약 살생부가 떠돈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 만일 살생부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