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맨타이 봤지?'
김병현, '맨타이 봤지?'
  • 이지혁
  • 승인 2003.04.25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맨타이가 불펜으로 올라갔다. 김병현이 혹시나 무너질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몸을 풀면서 유심히 그의 투구를 지켜봤고, 김병현은 점점 상황을 어렵게 만드려 맨타이의 등판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그때 김병현은 맨타이를 봐서였을까? 자신이 자초한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연속 삼진으로 깔끔하게 위기에서 벗어나는 피칭으로 2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4:2 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첫 타자 크리스 매그루더를 볼넷으로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다음 타자 오마 비즈퀠을 우중간 플라이로 잡아내기는 했으나 상당히 잘맞었던 타구. 1사 1루의 상황에서 김병현은 엘리스 벅스를 맞게 되었다. 벅스는 볼 카운트에서 김병현에 밀린 끝에 투수 앞 땅볼을 쳤다. 바운드가 높게 됐기에 2루 승부는 어려웠던 타이밍. 포수도 1루로 던지라고 지시를 했으나, 김병현은 무작정 2루로 공을 뿌렸다. 결국 2사 2루로 끝낼 상황을 1사 1,2 루의 위기로 김병현이 만든 것이었다. 절대 절명의 위기. 다음 타자는 클리블랜드의 간판이자 오늘도 홈런 한방이 있었던 짐 토미였다. 들어서 있는 것 만으로 투수에게 위협을 줄 만큼 큰 체구인 토미는 김병현의 초구를 강타,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발빠른 2루주자 매그루더가 홈을 밟을까 조마조마 했으나, 다행히 토미의 타구가 워낙 잘맞어 좌익수앞에 직선으로 날아가서 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1사 만루의 위기가 생긴 것이다. 누구나 긴장을 할 상황. 그러나 김병현은 웃었다. 밥 브렌리 감독이 올라와서 그를 추스리려고 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김병현은 귀찮은 듯이 웃으면서 '내가 알아서 할테니 들어가라' 라는 식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고는 계속 웃었다. 다음타자는 베터랑 트래비스 프라이맨. 아무리 최근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타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그 타자를 상대로 김병현은 2스트라익 2볼에서 바깥쪽 꽉 찬 채인지업을 던져 스탠딩 삼진으로 그를 돌려세웠다. 로케이션과 타이밍이 완벽해서 프라이맨은 뱃을 휘들러보지도, 심판에게 항의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섰다. 다음 타자 밀튼 브래들리. 2사 만루의 상황이었다. 김병현이 휴스턴 전에서 그렉 존에게 홈런을 맞았던 그 상황과 우연스럽게도 정확히 일치했다. 신은 김병현에게 똑같은 상황을 주고 다시 시험해 보려 했나보다. 부담이 될만도 한 상황. 그러나 김병현은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투스트라익을 먼저 잡고 들어갔다. 어쩌면 그때와 상황이 똑같을까. 존에게 홈런을 맞을 때도 9회말 2사 만루, 2스트라익 노 볼의 상황이었다. 그때를 상기하면 지켜보는 사람이라도 악몽이라며 얼굴을 찌푸릴 상황인데, 김병현은 달랐다. 여유있었다. 인디언스 팬들의 북을 울리는 전통적인 응원에 같이 박자를 맞추고 입으로 흥얼 거릴 정도였다. 정말 대단한 배짱이 아닐 수 없다. 파울로 카운트가 길게 늘어지는 상황. 김병현은 회심의 낮은 쪽 슬라이더를 구사했고, 밀튼 브래들리는 속수무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주먹을 불끈 쥔 김병현, 불펜에 대기 중이던 맷 맨타이에게 누가 디백스의 마무리인지를 확인시켜준 한판이었다. 19 세이브에서 아홉수에 걸려 고전중이던 김병현은 시즌 20세이브를 달성, 아홉수를 넘음과 동시에 자신의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시즌 방어율은 2.47 로 떨어졌다. 원래 게임은 초반 클리블랜드의 분위기였다. 2회말 짐 토미의 홈런포로 선취점을 얻은 것. 토미는 콜론의 트레이드 이후 자신이 루머에 시달리고 있어 정신적으로 안정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2게임에서 연속홈런을 날리고있다. 하지만 이어서 선발 브라이언 앤더슨의 호투가 이어지고, 디백스가 순간의 결정력으로 4회 3점을 뽑으며 3:1 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5회에는 4회 타점을 올렸던 핀리가 다시 적시타를 때리며 4:1 로 앞서 리드권을 잡아냈다. 그리고는 9회 김병현이 팀의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다. 오늘은 디백스의 선발 브라이언 앤더슨의 투구가 빛났다. 올시즌 부진한 모습을 계속 보이던 앤더슨은 7.1 이닝 4피안타 2실점의 깔끔한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시즌 3승째. 반면 역시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척 핀리는 6이닝 3실점의 퀄러티 스타트를 끊었으나 시즌 10패째를 당해야 했다. 디백스의 스티브 핀리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을 했다. 지난 게임부터 맨타이의 정상복귀로 이제 디백스의 마무리는 김병현과 맨타이의 경쟁체제로 돌아서게 되었다. 시기가 안좋은 것이 김병현이 안좋을 때 맨타이가 복귀를 했다는 것. 하지만 오늘의 인상적인 투구로 김병현이 어느 정도 위상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이 디백스로 마무리로 여전하기를 기대한다. <승>브라이언 앤더슨(3승 7패 방어율 5.31) <세>김병현(20세 방어율 2.47) <패>척 핀리(4승 10패 방어율 3.88) 손지우 기자 (61park@mlbpark.com) [ 저작권자 : 엠엘비파크 (http://www.mlbpark.com)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