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사키 아유미의 "Memorial Address"
국내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일본 아이돌의 앨범 리뷰를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말해, 모든 음악이 비슷비슷 - 발라드와 테크노, 하우스 분위기를 넣은 템포빠른 음악들, R&B 아류, '뽕끼'가 들어간 각종 장르가 변종들 - 할 뿐더러, 가끔씩 가수들의 '목소리'마저 비슷하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시각적 이미지를 먼저 팔고, '노래를 하는 이미지'를 나중에 파는 이들 일본 아이돌의 음악에 대해 과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팬클럽 프로필 란처럼 그/그녀의 이력에 대해 죽- 설명해야 할까, 아니면 어떤 곡이 다른 곡보다 조금 낫고, 이 곡은 발라드이고, 저 곡은 R&B다, 라는 식의 장르 분류를 써야 할까?
이번에 국내 출반되는 '현재 일본 최고의 아이돌' 하마사키 아유미의 앨범 "Memorial Address"는, 이렇듯 안 그래도 어려운 작업에 더한 고충을 안겨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총 8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미니 앨범은, 수록곡 전체가 '어딘가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된' 곡'만을 골라 담아낸 기이한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대략 이런 식이다. 첫 트랙인 'Angel's Song'은 '파나소닉' SF 멀티 카메라의 TV CF 이미지송으로 쓰인 곡이고, 'Greatful Days'는 일본 CX계 음악 버라이어티 쇼인 'ayu ready?'의 테마송, 'Ourselves'는 일본 '코세' 화장품 브랜드 TV CF 이미지송, 'Forgiveness'는 일본 TBS계 드라마 <고원으로 오세요>의 주제곡...앨범 소개만 보아도 질려버리는 이런 기획의 의도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굳이 음반 리뷰를 적으라면, 어쩔 수 없이 앞서 언급한, 발라드와 테크노, 하우스 분위기를 넣은 템포빠른 음악들, R&B 아류, '뽕끼'가 들어간 각종 장르가 변종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으며, 차라리 이런, 듣도보도 못한 기괴한 컨셉의 앨범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Memorial Address"는 분명 기억에 남을만한 앨범이고, 훗날 몇 번이고 언급될 가능성마저 지니고 있는 앨범이다. 하마사키 아유미의 열혈팬들에게는 독특한 컨셉의 소장가치 높은 앨범으로서 'Must-Collect' 아이템 선두에 들어서게 될 것이고, 이들을 제외한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안 그래도 피폐하고 변질되어 있어 21세기 초반의 음반사에 이런 괴기스런 모음집까지 등장했었다는, 음악사적 사료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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