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는 마치 긴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한국 가요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서사구조의 뮤직비디오. 음악과 의상, 주인공의 표정 연기로 이야기가 전개됨이 뮤직비디오를 닮았다. 때로는 주인공 커스틴 던스트의 광고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자연에서 홀로 노니는 예쁜 여배우의 화장품 광고. 그리고 록음악과 현대적 느낌이 녹아있는 의상들은 영화의 지향점이 온전한 시대극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알려진대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역사속 마리 앙투와네트와 더불어 현대의 소녀들도 함께 얘기하고 싶어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신작, 일반적 시대극이 아닌 현대적 드라마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소통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왕비의 삶 초점
14살의 어린 소녀는 낯선 나라에 홀로 남는다. 익숙했던 삶을 버리고 새로운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두려움. 그것은 조국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동맹을 위한 숙명적인 삶이다. 좋아하는 강아지마저도 데려갈 수 없는 홀로됨 속에서 그녀는 낯설고 공격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많은 이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채 입혀주는대로 가만히 있어야 했다.
남편마저도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는 상황에서 소녀는 철저히 혼자다. 어머니도 해야할 일(아이를 낳는 것)만 강조하며 외로움을 감싸주지는 않는다. 때때로 영화는 커다란 공간 속에 소녀 혼자만을 덩그라니 남겨놓는다.
눈물짓던 소녀는 화려한 쇼핑과 파티로 외로움을 달래기 시작한다. 더 예쁘게 치장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낯선 곳에서 자신의 성을 쌓아간다.
거대한 공간 속에 홀로됨
삶에서 아프도록 외로울 때가 있다. 정말 단 한 명도 내 곁에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숨 쉬는 거대한 공간 속에 홀로된 느낌. 그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이들은 외로움을 피해 다른 것에 중독되기도 한다. 사람, 쇼핑, 음식, 일… 여러 가지 것들. 또 어떤 이들은 꼼짝도 못한 채 점점 작아지는 공간 속에서 어그러지기도 한다.
다른 공간에 있는 자와 소통하지 못했을 때 외로움은 여러 왜곡된 현상을 낳는다. 그러나 건강한 소통이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외로움과 소통의 문제는 언제나 끊이지 않고 여러 이야기로 회자되는지도 모른다.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는 외로운 소녀가 결국 소통에 실패함으로 끝을 맺는다.
▶ 주변 이야기
마리 앙투와네트(Marie Antoinette)는…
일반적으로 경박하고 방탕하며 개혁에 적대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화려한 사교모임과 방탕한 궁정비 지출로 인해 1770, 1780년대 프랑스가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되는데 영향을 끼쳤다. 또한 문란한 혼외정사에 관련된 중상모략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말은 백성들이 먹을 빵이 없다고 하자 “그럼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내뱉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과 1792년 8월 왕정타도로 이어진 민중 소요사태가 일어나도록 한 장본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1793년 8월 콩시에르즈리의 독실 감방에 감금됐다가 그해 10월14일 혁명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2일 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루이 16세는 그보다 앞선 1월 국민공회의 명령에 따라 처형됐다.
영화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동맹을 위해 고향 오스트리아를 떠나 프랑스로 가야 했던 소녀에게 인간적 초점을 맞춘다. 작가에 따르면 그동안 알려져 있던 왕비의 모습이 상당부분 외곡된 것으로 드러난다. 배가 고프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 말도 실제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백성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왕비였으며, 그녀가 시집을 오고 몇 년 동안은 백성들이 굉장히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든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이런 전기를 바탕으로 오직 왕비의 인물적인 측면에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역사적 배경을 중요시하는 시대 드라마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어린 나이에 거대하고 낯선 곳에 홀로 떨어져 느끼는 소녀의 외로움과 소통을 담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드는 것도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