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 우리는 한 가족'
남과 북 ' 우리는 한 가족'
  • 문충용
  • 승인 2007.05.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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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 타고 온 봄은 그새 어디로 가고 요즘은 날씨가 제법 덥다. 벌써 여름이 다가온 모양이다. 떠나버린 봄을 아쉬워하기도 전에 찾아온 초여름 저녁의 기분을 느끼면서 기자가 찾아간 곳은 인천 검단동에 위치한 한 웨딩홀. 평일, 그것도 저녁 6시에 웨딩홀을 찾은 이유는 뭘까.
지난 11일 인천 검단 웨딩홀에서는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아름다운 만남이 펼쳐졌다. 인천 서부경찰서와 보안협력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새터민과 함께하는 위안잔치’가 바로 그것이다. 훈훈한 감동과 따뜻한 정이 가득했던 흥겨운 만남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

저녁 6시,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행사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은 어색한 듯한 미소를 보이며 행사장에 들어선 그들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새터민’들이다. 외모만 봐서는 누가 남한사람이고 누가 북한사람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모두 다 같은 한 민족이니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지금, 오히려 ‘새터민’이라는 이름이 낯선 우리는 ‘한 가족’ 그뿐이다.

‘새터민’ 정착을 위한 자리

▲ 새터민과 행사 관계자로 꽉 찬 행사장.
지난 11일 인천 검단 웨딩홀 6층 백합홀에서 인천 서부경찰서(서장: 박종위(58)와 보안협력위원회(위원장: 김현상(51·(주)콤솔 대표이사) 공동 주최로 ‘새터민과 함께하는 위안잔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새터민을 우리사회의 한 가족’으로 생각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보안협력위원회와 새터민의 공식적인 첫 상견례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44명의 새터민을 비롯해 서부경찰서 관련 간부 등 약 90여명의 참여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새터민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기 위한 ‘새터민 건강검진’으로 시작됐다. 건강검진은 인천 의사회와 약사회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기본적인 문진과 혈압체크, 당뇨 측정 등으로 이루어졌다.

{사진1}저녁 7시, 서부경찰서 심언계(54) 보안계장의 사회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심언계 보안계장이 내빈을 소개하고 새터민과 서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원들 간의 상견례가 이루어지자 장내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상견례 이후 의사회와 보안협력위원회, 서부경찰서에서 마련한 선물 증정식이 진행됐다. 한 가정당 수건을 비롯한 생필품과 10만원 상당의 농협상품권이 전달됐다.

김현상 보안협력위원장은 “자유를 찾아 우리 사회에 정착하신 새터민들과 함께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정착한 새터민이 벌써 1만명을 넘었다. 새터민들이 북한과 남한의 다른 문화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지역 주민과 멋지게 어울려 화합을 통한 통일을 이룰 것을 기대한다. 미약하겠지만 우리도 물심양면으로 남한에 무사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인천 서부경찰서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주최한 ‘보안협력위원회’는 학식과 인격을 갖추고 국가관이 투철한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지역협력단체로 지난 3월 인천 서부경찰서로부터 위촉됐다. 현재 27명의 회원이 새터민의 정착을 위해 필요한 생필품과 밑반찬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새터민들이 불편함 없이 의료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또한 새터민이 남한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청소년에게는 교육 상담을 성인에게는 직업알선을 해 주고 있다.

분위기 ‘후끈’, 행사 속으로

2부로 마련된 행사는 바로 ‘기념만찬’. 형형색색 먹음직스런 음식을 먹으면서 서부경찰서관계자와 보안협력위원회, 새터민들은 다시 한 번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보안협력위원회는 2부 행사를 통해 새터민과 가슴 속 깊이 담아뒀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눴다. 앞으로 보안협력위원회는 설날, 추석, 연말을 이용해 새터민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남영기(53·회사원) 새터민 대표는 “언제나 새터민을 한 가족처럼 보살펴 주고 돌봐 준 덕분에 우리 새터민들은 안전하게 잘 살고 있다. 앞으로 새터민들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국민들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 그 방법은 나라의 법과 규정을 어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줘서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 3부 행사에 초대되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준 '갈설이 코미디 쇼'
마지막 3부는 ‘새터민 한가족 한마당’이라는 주제아래 행사 참여자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장기자랑’, ‘코미디쇼’, ‘다함께 춤을’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 진행 내내 새터민과 기타 관계자들은 진심으로 하나 되어 어울렸으며 오늘의 만남을 잊지 않으려는 듯 가슴 속 깊이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새겼다.

박종위(59) 인천서부경찰서장은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만남은 기쁜 것이고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서로의 협력이 없이는 만남의 기쁨, 인연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길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북에서 내려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그런 것들을 함께 극복하도록 협력해 새터민과 함께 더욱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우리 경찰은 이 지역의 치안을 위해 노력하고 새터민의 안전과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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