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心’ 어디로 향하나
‘盧心’ 어디로 향하나
  • 민철
  • 승인 2007.05.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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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심판대 오른 ‘親盧 주자’

범여권 주자들과 줄줄이 각을 세우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심중’에 있는 차기 대선주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미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장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 이후 출마를 포기했고, 열린우리당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향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라”는 비수를 던지며 범여권 내 주자들과 선을 긋고 있는 노 대통령. 또 한나라당을 탈당해 범여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서도 ‘보따리 정치’ 비유하는 등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비판의 사정권안에는 ‘친노(親盧)’진영의 주자들은 제외됐다. 결국 ‘노(盧)의 남자’로 ‘이해찬·한명숙·유시민·김혁규’ 등으로 압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친노 진영 주자로 꼽히는 이 전 총리, 한 전 총리는 김 의원은 대북, 외교 ‘카드’로 대선몰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내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점에서 노 대통령 ‘시험대’에 올려진 듯 하다. 사실 노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들인 만큼 이들의 성과에 따라 ‘노심’이 어디를 향할지를 가늠케 한다. 한편으론 최근 노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상대가 분열하지 않는 한 호남·충청의 지역주의 연합은 환상”이라고 규정하며 영·호남 통합을 강조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노 대통령의 필생의 소망인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친노진영’에서 참여정부 노선과 합치되는 영남후보를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때문에 영남권 주자인 ‘유시민·김혁규’ 쪽으로 ‘노심’이 쏠려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도 일련의 과정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거론돼 왔던 ‘친노주자 띄우기’ 시나리오가 실제 전개되는 양상이어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범여권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략 10여명 안팎. 열린우리당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의장, 유시민 장관, 천정배·김혁규·김두관 의원과 외부 인사인 문국현 사장, 박원순 변호사 등이 꼽힌다. 노 대통령은 이미 고건 전 총리를 “실패한 인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정치를 잘 아는 대통령”,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보따리 정치”라고 비판, 고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는 출마를 포기했다. 또 이중 정·김 전 의장은 노 대통령과 공방을 벌여오는 등 이미 ‘노심’에서 한참 멀어진 상태다.

유력한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 모두 노 대통령으로부터 비토를 당한 셈이다.

그렇다면 ‘盧의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정가에선 노 대통령이 특정주자를 염두에 주고 있다기보다는 후보군을 압축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 ‘盧의 남자’ 누구?

‘이해찬·한명숙·김혁규,유시민’ 中

정가에서는 친노진영 후보로 ‘이해찬·한명숙·유시민·김혁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이 전 총리와 한 전 총리, 김 의원이 대북,외교 ‘이슈 선점’에 나서는 있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들 모두는 노무현 정부 노선과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탈(脫)지역주의, 전국정당, 원칙과 일관성’을 지향하는 노 대통령의 기준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까지 친노 주자들이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盧의 지원’에 힘입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낼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선 충청도 출신인 이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에 인문한 민주계 인사다. 교육부 장관에서 총리까지 지내 국정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강성 이미지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독선적 스타일과 외모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움이 국민에게 적지 않은 반감을 사고 있으며,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차기 후보는 낙동강 전선에서 나온다”고 말한 발언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경남 출신에 성공한 기업인으로 자치단체장 경험이 있는 데다 경남도지사 3선 경험 등은 나무랄데가 없다는 평이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뒤 끊임없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등 노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김 의원이 영남 출신인 만큼 ‘동서화합형’ 지도자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범여권의 ‘영남신당’ 후보로 적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 총리의 경우, 민주화투쟁인사이면서도 온화한 이미지로 ‘포용적 리더쉽’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부 장관과 총리 경험과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여풍(女風)몰이’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남편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는 점에서 ‘인생역정의 인간미’도 차별화로 꼽히고 있다. 친노 주자 중 유일하게 ‘5월 중순 경 대선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눈에 띈다.

한편 유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서 특별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 장관은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온데다 노 대통령이 가장 애정을 표시하는 인사다. 가장 뚜렷한 개혁 성향의 인사로 특화된 지지층을 갖추고 있다는 점. 국민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좋은 자산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유 장관이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비노(非盧)’ 중심의 기존 통합신당 흐름에 유 장관의 당 복귀를 통해 ‘친노’가 비빌 언덕을 만들어 줌으로써 경쟁 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장 올 대선에 유 장관을 차기주자로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보다는 차차기를 겨냥한 ‘친노 불씨 살리기’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특기할 만한 것은 친노그룹은 지난달 27일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 및 각료, 노사모 주요 인사 등이 주축이 돼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발족시켰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밖에서 활동할 이 외곽조직은 인적 구성의 특성상 노심과 직접 연계될 것으로 보여 이 포럼의 행보가 바로 노심의 ‘바로미터’ 아니냐는 추측이다.


◆ 친노주자, ‘北으로.. 北으로’

대북·외교 ‘이슈 선점’ 분주

무엇보다도 이 전 총리를 비롯해 한 전 총리, 김 의원의 적극적인 대북, 외교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 3월 이 전 총리는 중국과 북한을, 이달 초에는 김 의원도 북한을 다녀왔다. 또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말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조문사절로 러시아에 다녀왔다. 이뿐 아니라 오는 23일경에는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동북아 평화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는 10일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 위원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이 기간 동안 미측 대북 전문가들과 6자회담 진행상황을 비롯해 북핵, 남북관계,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문제 전반에 걸쳐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친노 진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친노 주자의 움직임들이 대선 정국에서 친노 세력의 독자 행보를 전망하면서 이들북한카드’를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또 이러한 대북, 외교행보 배경에는 청와대와 암묵적인 공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 현재 한미FTA 타결 등으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대북, 외교 문제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친노 주자들에 대한 차기 대선에서 여론이 우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노무현의 시험대 올려진 ‘이·한·김’

친노 주자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대북·외교 성과는 노 대통령이 내준 과제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일종의 ‘숙제검사’와 같다.

이 전 총리는 지난 3월 12일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6자회담 합의사항 이행과 북·미 관계 개선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고 온 셈이다. 이 전 총리는 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개인 의견을 말했다”면서 “그에 대해 북한에서는 별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전 총리와 같이 방북길에 올랐던 이화영 의원은 북한이 상당한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자평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 의원도 방북 성과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가 해결될 때 2·13합의사항이 이행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북·미수교를 하루빨리 추진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도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남북관계와 북·미수교, 핵문제가 잘 풀려나가는 마당에 정상회담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갔다”며 방북 성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달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장례식 조문사절로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 종단철도(TKR)-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연계사업 등을 요청하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왔다. TKR와 TSR 연결을 통한 북한의 철도 개설로 남·북한-러시아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국가의 중차대한 일을 노 대통령과의 공감대 형성 없이는 주자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때문에 주자들이 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노심’에 더욱 근접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차기 대선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최대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북 관계의 핵심적 '역할자'가 바로 ‘노의 남자’가 아닌지 유추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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