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스가족>
요즘같은 총체적인 연극계 불황에 '연장공연'에 들어가는 연극을 보기란 참 힘든 일이다. 연극 <사스가족>은 아마 '연장공연'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현재 시점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공연일텐데, 사실 '서민극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기획된 이 공연의 경우, 지난 작품들에서 서서히 쌓여진 '고정팬'층이 한데 모여 이뤄진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극단 '신화'의 '서민극 시리즈'는 1996년,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로 시작되었다. 이후, 1998년의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1999년의 <해가 지면 달이 뜨고>, 2000년의 <엄마 집에 도둑들었네>, 2001년의 <맨발의 청춘> 등이 계속해서 발표되며, 이 시리즈는 전통적인 리얼리즘극에 대한 하나의 대안, 즉 극적 재미와 유머, 풍자적 요소를 모두 끌어안은 '대중적 리얼리즘'의 개시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관객과 비평가 양 쪽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어갔다.
<사스가족>은 이 '서민극 시리즈'의 '대중적 리얼리즘' 성향에 세태풍자적 요소를 짙게 가미시킨 작품이다.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중국집 '북경루'를 무대로 펼쳐지는 <사스가족>은, 경력 40년의 중국집 주인 하씨와 하씨의 아들, 딸, 사위, 며느리가 하씨의 생일잔치를 위해 모였다가 돌연 '사스 파동'에 말려들어 격리 조치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되찾고, 도시 서민들의 삶에 대한 희망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서민정서'의 테마는 그간 지속됐던 여느 '서민극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정확하게 '소동극(farce)'의 성격을 짚어내고, 이를 가까운 사회현상과 뒤섞어 보여주는 형식은 비록 독창적이랄 것까지 없더라도, 확실한 연출의도에 비롯된 안정되고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딘지 'TV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아마도 희곡을 쓴 작가 윤대성이 TV 드라마 <전원일기>, <한지붕 세가족> 등을 쓴 'TV 서민 드라마'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듯. 탁탁 끊어치며, 재빠르게 극의 흐름을 변환시키는 테크닉이 영락없는 'TV 드라마'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일반 리얼리즘극이 지닌 지루함이나 고루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장소: 열린극장, 일시: 2004.07.0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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