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파수꾼 I> 전
그곳에 분명 존재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고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바로, 인간 내면의 어두움. 공포, 위선, 폭력, 자기파괴...그러나 이런 어두운 면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배제된다면, 우리는 더 큰 위선 속에 감각이 마비되어 부르조아지적 안일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가장 명료한 사상조차도 훼손되어 흑백, 진위의 여부조차 가려내지 못할 것이다.
갤러리 상에서 열리고 있는 <7인의 파수꾼 I>전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 뜻깊고 의미있는 전시라 할 수 있겠다. 1부 '부정의 힘'과 2부 '긍정의 힘'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주제로 나뉘어 전시되는 기획의 첫 번째 순서, '세속의 힘'이라는 부주제로 정리된 이번 전시에는 현대인의 위선적 삶과 맹신하는 시스템의 오류, 대중소비사회의 편린들에 대해 거침없이 '내지르는' 그림들이 그득하다. 소비만능사회 속에서 소비가치의 등위로 인간의 가치 등위가 결정되는 현실을 무표정하게 그려낸 방정아의 '오천원짜리들', 이미 오류가 발생한 시스템을 연속시키기 위해 '터부'라는 '규칙'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모순을 담은 이샛별의 '금지된 제스처', 인간의 폭력성향을 동물의 그것에 빗댄 최종빈의 '인간적 인가? 동물적 인간!' 등,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며, '껍데기'만으로만 본재하는 인물을 통해 '이미지'가 '실체'를 대체하는 대중문화의 폭압성을 그린 진성훈의 '두께없는 편린들', 두피가 벗겨져나간 인간의 두상을 담은 한효석의 작품, 복잡다단한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조직화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백열전구 등을 이용해 표현해낸 이탈의 작품 역시 이상하리만치 비슷한 성향으로 일관한 인상이다.
어쩔 수 없이 '센세이셔널리즘'의 누명을 쓸 수 밖에 없는 전시이고, 또 그것도 그리 '억울한 일'만은 아닌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작품에는, 직격적이고 방향성과 노골적인 표현양식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모종의 '카타르시스'가 존재하며, 돌려말하지 않는 솔직담백함을 통해 기묘한 종류의 '감동'마저도 맛볼 수 있다.
1부에 이어, '새로운 지혜'라는 부주제로 전시될 2부 '긍정의 힘'에는 채미현, 성경화, 장승애, 박선기, 한선현, 백기영, 전가영 등이 작가들이 참여하여 8월 4일부터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장소: 갤러리 상, 일시: 2004.07.0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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