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은 일본 멜로 드라마에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채워준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릿한 이야기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상…. ‘눈물이 주룩주룩’은 이국적인 섬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기를 담았다. 거기에 최고의 선남선녀가 주인공으로 시종일관 스크린을 메우니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감수성 자극하는 이야기와 마음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영상
어린 날 떠들썩했던 활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한 성숙으로
‘눈물이 주룩주룩’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은 분명 주인공들의 밝은 웃음이다. 고등학생인 여동생 카오루와 갓 20대에 들어선 오빠 요타로는 젊은이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요타로의 웃음과 여고생 카오루의 떠들썩한 웃음은 접하는 이에게 인지하지도 못하는 새에 신선한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젊은 시절의 신선함
간혹 전철에 한 무리의 중․고등학생이 탄 경우 어느 정도 소음(?)은 각오해야 한다. 주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높은 음색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 재미난지 시종일관 서로를 밀치고 웃고 수다를 떤다. 오죽하면 ‘낙엽만 굴러도 웃는 시기’라고 했을까.
대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을 프레쉬맨(freshman)이라고 부른다. 'fresh'라는 단어만 들어도 신선함이 느껴지는데,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신입생들에게는 그렇게 신선함이 존재한다. 별 것 아닌 것에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기심을 느끼는가 하면, 오래된 선배가 툭 내뱉은 말에도 꺄르륵 웃는 신선함 말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활기찬 에너지와 신선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함’, 혹은 ‘원숙함’ 등의 것들로 변해간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재미’는 없어진다. 웬만한 것에는 웃지도 않고 심드렁하며, 조금만 표현이 과하다 싶으면 눈살을 찌푸리고는 칠칠치 못하다 생각한다.
세월의 연륜을 통해 얻어가는 삶의 지혜는 감사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활기참이 사라져가는 것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능성 제품들과 성형 등으로 겉모습만 젊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진짜 젊은 시절 뿜어냈던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멋진 삶이 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하게
영화도 초반의 활기는 점차 차분히 가라앉는다. 요타로와 카우로가 사랑을 느끼며 더 이상 개구진 소년소녀로만 존재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며 둘은 ‘성숙’해 간다. 영화는 점점 제목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왜 시간이 지나면서 더 차분해지고 성숙해지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영화이고 인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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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OST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은 1997년 일본 유명 작사가이자 가수인 모리야마 요시코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동명의 노래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활짝 개인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떠오르는 그대 웃는 얼굴. 추억은 아련히 빛 바래도, 옛 모습 그리며 회상하는 날엔 눈물이 주룩주룩….’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청아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노래 ‘눈물이 주룩주룩’. 오키나와에서 함께 자란 한 살 터울의 요시코의 오빠는 항상 자상하게 그녀를 돌봐주었는데 23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됐다.
힘들고 고된 가수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오빠의 사랑 때문이었다고 고백하던 요시코는 어느 날 오빠가 너무나 그리워졌고 항상 자신에게 힘이 돼준 오빠를 생각하며 가사를 적었다. 그리움이 가득 찬 이 가사에 오키나와 출신의 밴드 비긴(BEGIN)이 감미로운 멜로디를 붙여 노래 ‘눈물이 주룩주룩’을 완성했다. 이 곡은 그 해,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작사상을 수상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고, 2003년 후배 가수 나츠카와 리미가 리메이크한 곡도 대히트하면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됐다.
▶ 선남선녀 주인공
츠마부키 사토시와 나가사와 마사미는 이 영화의 배역에 더 없이 잘 어울린다. 두 명 모두 출중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졌다.
요타로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꽃미남. 맑은 눈동자와 산뜻한 웃음으로 스크린 가득 매력을 발산하는 그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같은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다.
카오루 역의 나가사와 마사미와 송혜교는 같은 역할을 연기했던 인연을 가지고 있다. 나가사와 마사미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아키 역을 맡았고, 송혜교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국내 리메이크작 ‘파랑주의보’에서 수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키와 수은은 교내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예쁜 외모에 공부도 잘하는 여학생. 건강하고 산뜻한 여고생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은 소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은근히 글래머러스한 몸매도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