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살인마, “설마 또 그 놈?”
20년 전 살인마, “설마 또 그 놈?”
  • 이보배
  • 승인 2007.05.2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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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암매장 여성, 화성 연쇄 실종사건 희생자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사사동 구반월사거리 인근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 알몸의 여성은 지난해 12월 말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박모(37)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경기 남부 지역에서 실종된 여성 4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실종 5개월 여 만에 암매장된 채 발견된 것이다. 실종자가 결국 시체로 발견됨에 따라 ‘화성 연쇄 실종사건’의 경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사건은 20여 년 전,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한 달 사이에 실종된 4명의 여성, 그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화성 연쇄 실종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해 12월 말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박모(37)씨가 안산 야산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일부에서는 숨진 박씨가 팬티스타킹으로 목이 졸린 것에 주목해 과거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사건의 최초 범행과 이번 부녀자 실종사건의 간격이 20년인 점을 들어 화성연쇄살인범의 재범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한다. 다만 화성사건의 모방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악몽 언제까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시효가 끝나 잊혀질 만도 한 사건이지만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한달 사이에 행방불명된 여성 3명의 휴대전화 전원이 모두 화성시 비봉면에서 끊겨 '화성 연쇄 실종사건'으로 명명되며, 화성의 공포는 다시 시작됐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이기도 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86년 9월15일부터 91년 4월3일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내 4개 읍?면에서 13세~71세 여성 10명이 잇따라 살해된 사건이다.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13)양이 살해된 8차 사건은 인근의 농기계수리센터 종업원이 범인으로 밝혀지고 범행수법이 달라 엄밀한 의미의 연쇄살인사건 범주에서는 제외된다.

살해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가 옷가지가 이용됐으며 교살이 7건, 액살(손 등 신체부위로 목을 눌러 죽임)이 2건이고 이중 음부난행도 4건이나 됐다.

범인은 버스정류장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있다 범행했으며 흉기는 살해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

성폭행피해를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로 미뤄 범인은 20대 중반으로 키 165~170㎝의 호리호리한 체격이었고, 4차, 5차, 9차, 10차사건 용의자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확인한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라 동원된 경찰 인원만도 2백5만 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천280명, 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최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실종여성들, 비봉면에서 휴대전화 끊겨

▲ 화성 연쇄 실종사건 실종 여성들.
‘화성 연쇄 실종사건’ 실종자는 모두 4명. 이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졌을 당시 경찰은 실종된 여성들이 각각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별개의 사건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종자들의 휴대전화 전원이 같은 지역에서 꺼진 점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첫 번째 실종자는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노래방 도우미 배모(45·여)씨로 지난해 12월14일 오전 3시55분께 군포시 금정역 먹자골목에서 지인과 통화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배씨의 휴대전화는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에서 전원이 끊겼으며 실종 일주일 뒤인 12월21일, 배씨의 딸이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 오전 2시25분께 노래방도우미 박모(37·여)씨가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서 친구와 통화한 뒤 오전 2시52분께 화성시 비봉면에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확인하고 행방불명됐다.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도 비봉면 비봉TG 인근에서 꺼졌으며 나흘 뒤인 28일 가족들이 실종신고 했다.

올해 1월3일 오후 5시30분께는 화성시 신남동 회사에서 퇴근한 박모(52·여)씨가 귀가하지 않아 이튿날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역시 비봉면 양노리에서 휴대전화가 꺼진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 실종자인 여대생 연모(20)씨는 비봉면에서 실종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월7일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자신의 집 근처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뒤 실종됐다.

이렇듯 실종자 4명 가운데 3명은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일대 반경 2㎞ 이내 지점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뒤 연락이 두절됐으며 모두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태안읍에서 15~20㎞ 떨어진 곳이다.

암매장 시체 발견, 새 국면 맞은 수사

▲ 경찰들이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대조결과 암매장 여성과 박씨가 동일인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시신의 DNA와 박씨가 쓰던 빗 등 생활용품에서 채취한 DNA를 대조해 유전자형이 일치함을 확인했다.

박씨의 목에는 팬티스타킹이 묶여 있어 목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했으며, 국과수는 시신에서 질액을 채취, 범인의 체액이 섞였는지 확인중이나 수개월이 경과돼 감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씨 시신이 발견된 곳은 313번 지방도에서 100여m 떨어진 거리.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비봉 톨게이트와는 직선거리로 7㎞ 떨어진 곳으로 313번 지방도는 42번 국도(수원-안산)와 98번 지방도(수원-화성)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다. 경찰은 범인이 인적이 드문 313번 지방도를 새벽시간대에 이용한 것으로 봐 이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지리감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안산시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 알몸 여성 시신이 ‘화성 연쇄 실종사건’의 두 번째
실종자인 노래방 도우미 박씨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은 수사본부 수사관을 77명에서 85명으로 확대하고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암매장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6km 지역에 경찰 1천여명과 수색견 2마리를 투입,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또 313번 지방도 등에 설치된 CCTV 5대에서 실종 당일 녹화화면을 정밀 분석해 용의차량을 쫓고 있으며 사사동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사건 당일 통화기록을 확보, 용의점이 있는 통화자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와 비슷한 시기에 행방불명된 여대생 연씨 등 나머지 실종자 3명도 유사한 범죄 피해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여성들의 주변 수사에서 용의선상에 올릴 만한 인물이 없는 등 불특정 여성을 노린 범죄로 추정돼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밖에 사사동과 313번 지방도 인근의 주민과 공장 직원들을 상대로 목격자 탐문수사에 들어가는 한편 사사동의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사건당일 통화기록을 확보해 용의점이 있는 통화자를 분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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