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중심에 우뚝 선 오창농협
친환경농업 중심에 우뚝 선 오창농협
  • 임성희
  • 승인 2007.05.2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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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 전도하는 오창농협 김창한 조합장



“우리땅의 건강한 농산물로 밥상과 국가경제 지켜야”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라면 경쟁력 있다”

충북 청원 오창농협(조합장 김창한)의 친환경농업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호응을 받으며 날로 성장하고 있어 화제다. 오창 지역은 전체 농민 중 30%가 친환경농법을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전국 평균 3%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오창 지역이 지금처럼 친환경농법의 선두자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오창농협 김창한 조합장의 숨은 공로 덕분이다. 김창한 조합장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던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축적한 노하우를 농민들에게 전파해 오창 지역이 친환경농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창한 조합장(51)은 90년대 초 마을의 최연소 농민이었다. 마을에는 일할 수 있는 젊은 일꾼이 혼자였던 탓에 온 동네 농약 작업 전부를 담당하게 됐다. 그 당시에는 생산량 증대를 위해 농약을 아낌없이 사용하던 때였다. 어느 날 농약 작업을 하던 김 조합장은 농약 중독으로 크게 앓아눕게 됐다. 그 때부터 김 조합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지금의 친환경농업 전도사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아픔이 만들어낸 시작

김 조합장이 처음 친환경농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이 미친 것 아니냐고 할 만큼 생소하고 낯설기만 한 방식에 불과했다. 그는 농약을 바로 사용하지 못해 겪는 어려움보다 주변의 불신 섞인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당시의 생산량 증대 정책에 역행하는 김 조합장을 만류하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주위 시선에 굴하지 않고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왔다. 지금은 쌀겨를 이용해 잡초를 제거하는 쌀겨 농법, 우렁이 농법을 비롯해 액축분, 자연순환 등 다양한 노하우를 갖추고 농민들에게 친환경농법을 전파하고 있다. 하나 둘 늘기 시작한 오창 지역의 친환경농업인은 1천5백여 가구 중 4백73명에 해당한다. 전체 농민의 30%가 넘는 친환경농민의 비율은 전국 평균인 3%와 비교할 때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오창지역이 지금처럼 친환경농업의 메카가 될 수 있던 것은 김 조합장의 노하우 외에도 오창농협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법은 전체 일반 관행 농법보다 생산비가 두 배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농민들은 친환경농법을 적용하는 데 적잖은 투자를 감행해야 했다. 오창 지역에서는 청원군 지자체에서 초과되는 생산비의 50%를 보조받고 부족한 부분은 오창농협이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판로가 일정치 않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생산된 농산물은 오창농협에서 100% 수매, 매취해서 판매하도록 제도화 시켰다. 김 조합장의 기술적 노하우 전수와 오창 농협의 지원책으로 오창 지역 농민들은 부담없이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신뢰가 관건’

김 조합장은 농민들의 지원 활동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농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과 유기농 주말농장, 유기농 축제이다.
농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은 사람으로 치면 호적에 해당한다.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막기 위해 생산자와 재배 방법, 관리 기록, 배송 등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최종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누가 언제 어떻게 생산했고 어떤 경로를 통해 배송됐는가를 투명하게 알려주는 한편, 농장에서 식탁까지 배달시간을 36시간 이내로 관리해, 신선도 높은 친환경농산물을 믿음을 갖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조합장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화됐다”며 “신뢰감 있고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한다면 가격이 얼마든지 친환경농산물을 선택할 것”이라며 시스템 도입 경위를 설명했다. 농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은 농산물의 모든 정보를 농협의 시스템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해 ‘끼워넣기’등의 유통 과정 중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김 조합장은 농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 외에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유기농 주말 농장과 유기농 축제가 그것이다.
유기농 주말 농장은 소비자에게 직접 작물 재배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감 형성과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참가 가구가 90여 가구로 증가했고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유기농 축제 역시 유기농 농산물을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장(場)으로 마련해 매년 6월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방문객이 5천명에 해당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김 조합장은 “유기농 축제와 유기농 주말농장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라며 “소비자들에게는 체험을 통한 신뢰감을 제공하고 농민에게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유도할 수 있어 소비자와 농민에게 서로 이득이 되는 축제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지원 필요해

김 조합장은 “아직까지 전체적인 농민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형편이다”며 “앞으로 농민의식이 더 개선돼야 한다. 외국 농산물 수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친환경과 같은 신농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농민들의 의식 개혁을 촉구했다. 더불어 소비자들에게는 “농민들이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들을 귀하게 생각해달라”며 “우리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식탁과 국가경제를 건강하게 지켜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김 조합장은 “친환경 농업은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닌 만큼 한꺼번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체계적인 지원으로 지속적으로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한 조합장은 1999년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됐으며 2002년과 2003년 친환경농산물 품평회 금상 수상을 비롯해 농림부가 주최한 전국 RPC 고품질 쌀 계열화 사업 평가에서대통령상인 전국 대상 수상을 받았다. 2004년 농협 조합장에 재선되는 한편 지난 2006년 청주 봉명 1동 주민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농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며 친환경농업의 전도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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