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민속박물관 같은, 편안하고 운치있는 한정식집 <草家(초가)>
요즘 '웰빙' 열풍만큼 우리 문화생활을 '꽉' 붙들어매고 있는 것도 없을 듯 싶다. 요가니, 생식이니, 심지어 머드팩에 이르기까지, '웰빙'은 사회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우리 소비생활의 큰 축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여기에도 모순점이 존재한다. '웰빙'의 기본이 '자연에 무한히 가까운' 상태를 추구하는 것일지언정, 현재 일고 있는 '웰빙' 상품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노력보다는, '자연과 가까워지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혜택을 얻으려는 목적이 서려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정도로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하남시의 미사리 '라이브 까페촌' 끄트머리 팔당대교 진입 전, 통칭 '음식점 마을'에 위치한 한정식집 <草家(초가)>(031-795-7272)는, 어쩌면 이런 왜곡된 '웰빙' 문화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여겨질 수 있을 법한 독특한 명소이다. 일단 우리 전래의 '초가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겉외양만 보아도 벌써 토속의 향취가 깊이 배어있음을 알 수 있는데, '전통차와 전통음식'이라 적혀있는 간판처럼 이 곳에서는 우리 민족 고유의 차와 음식들을 내놓고 있다.
먼저 음식을 살펴보자. 세 가지로 나뉘는 한정식 코스요리가 나오는 <草家(초가)>는, 최고의 재료들만을 선별하여 묻혀진 12가지 나물 요리와 함께, '대나무통밥'을 준비한다. '대나무통밥'의 '무늬'만 따라한 일반 한정식집과 달리, 이곳에서는 담양의 대나무를 '단 한번'만 사용하여 밥을 지어 '대나무통밥' 본래의 향기와 맛을 듬뿍 느낄 수 있는데, 이 밖에 여러 가지 재료가 혼합된 '모듬전' 또한 손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호리병으로 나오는 '초가특주'와 대추차, 쌍화차 등의 전통차들도 모두 별미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草家(초가)>가 '웰빙' 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외양과 인테리어, 그리고 '기획'에 있다. 먼저 <草家(초가)>에서 내놓는 음식들은 모두 흙으로 빚은 도자기에 담아져 나오며, 기왓장 위에 고기를 올려 굽는 옛스럽고 운치있는 아이디어에, 이 도자기들을 그 자리에서 판매도 하고 있어 단순히 식사만 하러 온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또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 모두 옛스런 물건들을 그대로 옮겨다 놓아 토속정취의 본맛을 알려주고, 기둥마저도 예부터 쓰던 것을 옮겨 심어놓아, 흡사 '민속촌'에 온 듯한 느낌까지 전해준다.
'민속촌'하니, <草家(초가)>의 매력에 대해 더 이야기할 만한 것이 있다. <草家(초가)>는 그야말로 '작은 민속박물관'같은 곳이라는 점 말이다. <草家(초가)>의 구석구석에는 조리, 박, 전통솥, 닥종이 인형 등, 365가지에 이르는 옛 민속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민속적 분위기에 녹아들어 도심 외곽의 한 켠에서 '풍류'를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草家(초가)>에는 본채 이외에도 별당이 하나 더 있다. 정자형으로 지어진 이곳에서는 520평 규모의 토지 위에 심어놓은 감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밤나무 등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껏 즐길 수 있어 특히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은데, 나무숲 사이로 멀리 펼쳐진 팔당댐을 바라보면서 전통차 한 잔을 들이키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치 '신선(神仙)'이 된 듯한 감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즈음 되어서는, 복잡해진 머리가 맑아 개어옴이 느껴지면서, '바로 이런 것,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 진정한 웰빙'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고야 말 것이다. 하기야, '좋은 곳'에서 '좋은 경치' 바라보며 '좋은 음식'을 취하는 것만한 '웰빙'이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으랴.
인터뷰 시에 "제 이름 같은 게 뭐 중요한가요"라며 수줍어하시던 <草家(초가)>의 여사장님, 본인 사진 대신 주변 풍경 사진만 담아달라고 하시면서도, "어수선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서, 벅적대는 '인기 식당'보다는 찾아온 손님 모두에게 좋은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 되고 싶다는 남다른 '장인 정신'을 나긋이 이야기하신다.
이런 자연의 풍취 속에서, 자연과 벗삼아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우리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여유'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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