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FTA가 체결되면서 수입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꿈이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자동차 전시장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한미FTA가 정식 발효되기를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을 할 정도다. 소비자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가격인하 효과에 기인한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우선 미국산 수입차에 물리는 8% 관세가 없어진다. 여기에다 특소세 5% 인하 효과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대략 10% 정도의 가격인하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수입차의 프리미엄을 감안할 경우 몇 십 만원에서 몇 백 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차이는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판단을 하고 있다. <시사신문>에선 FTA 체결을 계기로 거침없이 밀려오고 있는 수입차의 한국 입성 현장을 쫓아가 봤다.

관세?특소세 인하로 10% 가격 절감 여력 발생, 한국차 긴장 팽배
“한미FTA가 정식 발효되길를 기다릴 생각이다” 소비자들 급증세
수입차업계 마케팅…경품은 기본, 프로모션에 시승기회 제공까지
2~3천만원대 중소형 수입차 중심 소비자 선택 폭 넓혀 고객몰이
서울 중심을 대표하는 광화문 사거리. 기자는 지난 19일 오전 8시, 출근 러시로 교통체증을 보이고 있는 이곳을 찾았다. 요즈음 급격히 수입차가 한국도로를 누비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실제 기자가 1시간 동안 광화문 사거리를 달리는 차량을 관찰한 결과 한국자동차 사이로 혼다나 렉서스, BMW, 인피니티 등의 차종을 심심치 않게 발견했다. 눈앞을 지나는 자동차 10대 중 3~4대는 수입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입차 국내 점유율 5% ‘훌쩍’
올해 초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4만5백30대, 시장점유율은 4.2%였다. 하지만 지난 5월9일 건설교통부의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승용차 95만2천32대 중 수입차는 4만7천6백48대다. 이로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사실상 5%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 분석 자료에서 눈에 띄는 것은 판매 금액 기준으로 할 경우 수입차 내수 점유율은 17%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988년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된 수입차가 19년 만에 이룬 성과다.
뿐만 아니다. 올 들어 수입차는 월간 사상최대 등록율과 최단기간 내 1만대 돌파 등 그간 수입자동차가 세웠던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한국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수입자동차가 이처럼 내수 시장을 잠식하며 급성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수입자동차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그것이다. 대형의 고급스런 수입차 외에도 중소형 자동차 등 다양한 품목을 내놓으면서 고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각종 할인혜택과 이벤트도 수입차 점유율에 한몫을 거들었다.
수입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자동차가 한국에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데에는 경쟁사의 모델까지 활용하는 수입자동차업계의 적극적인 ‘손님몰이’가 주효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자동차들의 마케팅 경쟁은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단순하게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 타 업종의 기업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찾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경쟁사 모델을 전시장에 비치해 비교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승을 해봐야 안다?
수입자동차업계가 공동 프로모션을 펼치는 타 업종은 주로 전자분야다. 폭스바겐코리아와 LG전자처럼 개발단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제품을 구상하거나 BMW코리아와 LG전자처럼 매장에 체험관을 운영하는 식의 공동 프로모션이 주를 이룬다.
‘차는 뭐니 뭐니 해도 시승을 해봐야 안다’고 외치며 시승으로 차량을 직접 체험시키는데 적극적인 업체들도 있다. GM코리아는 캐딜락, 사브 등 판매차량에 대해 상시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볼보자동차코리아와 BMW코리아, 폴크스바겐은 지난 3월 주력차량에 대한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도 지난 5월9일까지 홈페이지 방문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출시한 하이브리드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렉서스 RX400h 시승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가장 자신감이 강한 업체는 인피니티이다. 인피니티는 고객들에게 경쟁사의 차량 경쟁차량을 전시장 안에 비치해 놓고 고객들에게 시승하도록 해 자사 차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서울 논현동 SS모터스에서 진행된 비교시승행사에는 1백25여 명의 고객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지난 3월 부산에서 열린 비교시승행사에선 고객들이 인피니티 G35세단과 동급 모델인 렉서스 IS250, BMW 320i 모델의 비교시승이 진행됐다.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마침 그곳에선 시승행사를 열고 있었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발견한 손님들은 자동차에 올라 시승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기자는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경쟁사의 모델이 이 수입자동차의 주력 모델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던 것.
전시장을 찾아 이 전시장의 주력 모델과 경쟁사의 모델을 번갈아 가며 시승해 본 한 손님은 “(경쟁사의 모델이)제가 원래 사려고 하던 모델인데 번갈아 가며 타 보니까 이쪽(전시장 운영사의 주력 모델)이 더 마음에 들더라”며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
수입자동차업계는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 국내에 수입되는 차의 브랜드나 차종, 가격대를 다양화시켜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다. 2천~3천만원대의 중소형 수입차 판매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 가격대가 중산층의 수입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인지시켜 판매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혼다 ‘CR-V’를 구입한 김문호(38·대기업 과장) 씨는 “처음에는 3천65만원인 A사의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입차 가격을 알아본 결과 그 자동차 가격에 조금만 보태면 살 수 있는 차가 5~6종류나 되는 등 생각보다 중저가대 수입차 가격이 높지 않아 결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곽창식 볼보 과장은 동급 모델 중 국내차와 수입차의 가격차를 비교해주며 “국산 중대형차와 가격차가 별로 없는 중소형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수입차를 쳐다보지 않았던 수요층이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면서 “포화상태인 대형차 위주의 수입차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중소형 수입차 시장을 낙관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도 “수입 자동차 판매의 중심이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급속히 옮아가면서 대중화하고 있다”며 “국민소득 증가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도 2~3년 안에 7%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